[사설]이병호 원장 후보자, 정치개입 끊고 강한 국정원 만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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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19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하는 정통 정보맨이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1970년 중앙정보부에 들어가 김영삼 정부 때는 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국가안전기획부 제2차장을 3년간 맡는 등 27년간 줄곧 해외 업무만 담당했다. 그가 정보기관의 수장을 맡기엔 비교적 고령(75세)이라는 점과 오랫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자가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국정원을 대북(對北) 정보기관답게 개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거 중정이나 안기부 시절 정보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은 노골적이었다. 이 후보자는 해외 업무만 맡았기 때문에 과거 중정과 안기부의 국내 정치 개입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두 번째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례에서 보듯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은 조직 문화와 관련이 있을 만큼 뿌리 깊다. 이 후보자는 평소 “국정원 정치 개입이란 엄밀히 말하면 국정원장 개인의 정치 개입이고 정보기관은 국내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소신을 밝혀 온 만큼 이를 실천해 보이는 게 국정원 개혁이 될 것이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정보기관의 수장에 낙점됐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내부 출신으로 첫 국정원장에 오른 김만복 전 원장은 안보 관련 최고 책임자라고 믿기 어려운 자격 미달의 행태를 보였다. 정보기관의 수장에 자격 미달의 사람들이 임명되면서 국정원 내부의 기강 해이와 정보 역량 약화로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맨의 명예를 걸고 ‘강한 국정원’으로 조직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그 첫걸음은 국내 정치와 완벽하게 절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선 국정원을 대북 교섭 창구로 활용하다 보니 북한 내의 휴민트(인적 정보 자산)가 무너졌다. 이명박 정권 때도 대북 정보 전문가들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과거의 국정원장들은 본연의 활동보다 정권 안보나 집권자의 관심사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현 정부에서 대북 정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를 탐지해 차단하는 것이 국정원의 존재 이유다. 이 후보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정원의 정무 기능부터 과감히 정리하고 국가안보 사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혁해 일류 정보기관으로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이병호#국가정보원장#후보자#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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