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로 메우는 ‘나라 곳간’… 복지지출 감당 더 힘들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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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3년연속 펑크]

정부가 10일 확정 발표한 ‘2014회계연도 세입 및 세출 실적’을 보면 3대 세목 중에서 소득세, 그중에서도 근로소득세만이 힘겹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근소세가 명목임금 상승과 취업자 수 증가 때문에 매년 일정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는 하더라도 기업들의 법인세 감소분을 봉급생활자들이 메우고 있느냐는 불만을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수치로 확인된 유리지갑 증세


지난해 근소세는 전년보다 3조4000억 원 늘었으며 이는 최근 3년간(2011∼2013년) 평균 증가액보다 1조3000억 원 더 많은 것이다. 근소세 수입 증가의 요인으로는 취업자 수 증가와 세법 개정이 꼽힌다. 근소세 최고세율(38%) 과세표준 구간을 3억 원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확대하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세법 개정으로 1조 원의 추가 세수가 생겼다. 정부는 “세법 개정으로 인한 세 부담은 대부분 연봉 5500만 원 초과자들이 부담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유리지갑 증세’가 이뤄졌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연봉 5500만 원을 넘는 봉급생활자는 약 210만 명. 작년에 근소세가 전년보다 3조4000억 원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1인당 162만 원씩 세금을 더 낸 셈이다.

부동산 시장 부양책으로 주택 거래가 증가하면서 양도소득세도 정부 계획보다 1조1000억 원이 더 걷혔다. 반면 같은 소득세라도 경기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종합소득세와 이자소득세는 정부의 전망보다 각각 1조4000억 원, 1조 원 덜 걷혔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경기침체, 환율 하락, 정부의 낙관적인 예산 편성 등 3대 요인이 세수 결손 사태를 악화시키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정부 곳간을 소득세에 더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경기침체 법인세에 직격탄


세수 결손이 가장 컸던 법인세는 경기 민감도가 가장 높은 세목으로 분류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경기침체로 기업 영업실적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에 부과되는 법인세도 자연스레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인세제의 변화가 없었는데도 상장 법인들의 세전이익은 2013년 57조2000억 원에서 지난해 51조4000억 원으로 10.2% 줄었다.

경기침체에 따른 민간소비 감소에 저물가 기조까지 더해져 부가가치세도 정부 전망보다 1조4000억 원이 덜 걷혔다. 법인세와 부가세가 경기 의존형 세금이라는 점이 재차 확인된 만큼 향후 증세 논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다음으로 세수 결손이 큰 세목은 관세였다. 관세는 달러 기준으로 수입품에 부과된다. 지난해 수입이 줄고 원화가치가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하면서 관세는 예산 전망치나 전년 대비 모두 1조9000억 원이 감소했다. 정부는 2014년 예산 편성 당시 달러당 1120원을 기준 환율로 삼았지만 2014년 실제 환율은 1052원으로 68원이나 하락했다.

○ 낙관적인 예산 편성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상해 세수 결손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2014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실질성장률 3.9%에 물가상승률 2.6%를 더해 경상성장률 6.5%로 세수를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성장률은 3.3%, 물가상승률은 1.3%로 경상성장률은 4.6%에 그쳤다. 경상성장률이 1%포인트 줄면 세수가 2조 원 정도 감소한다.

세입 부족 등의 이유로 지난해 불용 처리한 예산도 17조5000억 원에 이르렀다. 전년보다 6000억 원이 줄었지만 2년 연속 10조 원이 넘는 금액이 불용되면서 정부가 돈을 써야 할 곳에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국세 징수액 목표는 221조1000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15조6000억 원을 더 거둬야 한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했지만 한국은행을 비롯해 국내외 기관들은 경제성장률을 3% 중반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저물가 기조도 계속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수 결손의 만성화가 현실화하면서 복지지출 조정과 증세에 대한 논의도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정부와 정치권이 실상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린 뒤 재정 낭비 제거 및 세수 확보를 위한 방안을 패키지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이상훈 기자
#세수#소득세#복지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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