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구체적 사유 있을때만 비정규직 채용을”… 재계 “정규직 임금 조정 없인 기업 부담만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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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과 거리 먼 노사 협상안

정부가 2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에 제출한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는 3개월 동안 노사 간 이견을 적극 조율해 합의안을 내겠다는 방침이지만 노사 간 간극이 너무 커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사정위에 참여 중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정부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는 한편 비정규직 고용을 엄격히 하는 쪽으로 노동시장 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구체적인 사유가 있을 때만 비정규직을 채용토록 엄격한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근로감독관이 갖고 있는 차별시정권을 노동조합과 상급 단체에도 주는 안도 제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설문조사 결과와 상반되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노총이 15∼22일 비정규직 조합원 4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9.2%가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4년으로 확대하는 정부안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는 것. 반대의 이유로는 ‘기업의 정규직 고용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이 52.9%로 절반을 넘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안은 사용자 측만 고려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대폭 높이려는 것이지 비정규직의 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정부안보다도 더 유연성이 강화돼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규직을 과잉 보호하고 연공서열에 따라 과도하게 임금을 올려 주는 환경에 있다고 보고, 정규직 임금을 조정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 규제를 추가로 만들거나 기업의 부담만 늘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경총은 비정규직의 고용 기간 자체를 폐지하거나 노사 자율에 맡겨 기업들이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현행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 합리화의 필요’ 정도로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업무 성과가 부진한 근로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을 하더라도 일정 기간 시행을 유예하고, 파견 허용 업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노동계와 정반대의 안을 내놓은 것이고, 정부안과도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 향후 노사정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총 관계자는 “비정규직 관련법이 지속적으로 개정돼 왔기 때문에 새 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법을 준수하고 내실화해 처우를 개선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최예나 기자
#비정규직#종합대책#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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