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해고기준 완화’ 2015년 노동시장 흔들 태풍의 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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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켜진 노사관계]
<下> 새해에도 뜨거운 현안 수두룩… 해법찾기 험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정규직 과보호로 비정규직이 양산된다”며 정규직의 기득권을 깨뜨리는 일이 내년도 노동시장 개혁의 주요 화두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동아일보DB
“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과도한 수준이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모두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한국노총)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통상임금 이슈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정규직의 일반해고 요건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히자 노동계가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내년에는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과 근로시간 단축 등과 같은 현안도 해결해야 한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최근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최근 노동 시장에서 발생한 이슈들은 하나하나 보면 바람직한 측면이 존재하지만 이 이슈들이 모아져 기업들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정규직 해고’가 최대 이슈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토론회’에서 “업무성과가 극히 낮은 근로자에 대해 직업훈련이나 전환배치가 가능토록 하는 취업규칙 등 ‘사내 룰(rule)’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임금이나 고용에서 지나치게 보호받는 정규직의 일반해고 요건을 명확히 만들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국내 노동자의 88%는 중소기업에 근무하기 때문에 정규직 과보호는 있을 수 없다”며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모두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정규직 해고를 둘러싼 노사 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시작됐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허위 보고와 근무 태만으로 해고된 직원이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로 1심에서 승소하자 이에 불복해 8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전주공장 측은 “사회통념상 용납될 수 없는 비위행위조차 해고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례를 남기면 인사 관리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임금피크제 둘러싼 ‘동상이몽’


2016년부터 30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시작되는 정년 60세 연장을 앞두고 임금피크제 도입도 2015년의 주요 현안이다.

삼성전자 같은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현대차 등을 비롯한 대다수 기업은 노조와 임금피크제를 거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이미 정년 60세를 시행하고 있는데 노조가 굳이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제에 합의해 주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개정된 고령자 고용촉진법은 정년 60세 시행 시기와 대상은 법으로 못을 박았지만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해선 따로 강제 조항을 두지 않았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시간만 지나면 정년 60세를 자동으로 얻는 상황에서 굳이 임금 삭감을 감수하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없는 정년 연장이 이뤄지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을 연장하면 신입사원은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근로시간 단축도 ‘뜨거운 감자’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도 기업들에는 고민거리다. 이 법안은 기존의 휴일근무(최대 16시간)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현재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것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휴일근무에 대한 인건비 부담도 늘게 된다.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2009년 성남시를 상대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던 휴일근로 수당에 50%의 연장근로 수당을 가산해 지급해 달라”는 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내년 초에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미화원들의 주장은 그동안 통상적으로 별개로 여겨졌던 휴일근로도 연장근로로 인정해 휴일근무를 하면 휴일근로 할증률(50%)에 연장근로 할증률(50%)을 더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만약 국회에서 중복 할증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휴일에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통상임금의 200%를 줘야 하는 셈이다. 경총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연간 7조6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5조 원가량은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세진 mint4a@donga.com·최예나 기자
#정규직#해고#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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