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태]산업용 섬유와 3D 프린터의 융합이 불러올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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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재부품산업평가단장
김상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재부품산업평가단장
공상과학영화나 만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 원하는 물건을 주문만 하면 ‘뚝딱’ 만들어주는 기계가 그것이다. 한낱 공상으로 인식됐던 이러한 기술은 3차원(3D) 프린터의 등장으로 과학이 된 지 오래다.

3D 프린터는 컴퓨터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만든 3차원 도면을 실물의 입체 모양으로 찍어내는 기계다. 2012년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 10대 기술’ 중 두 번째로 3D 프린터를 뽑았으며 전문가들은 3D 프린터를 미래 산업의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3차 산업혁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3D 프린터를 창조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3D 프린터 산업의 시장가치는 2012년 49억 달러 수준에서 2019년 138억 달러 이상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D 프린터는 제조업에 새로운 생명력을 입혀줄 수 있는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3D 프린터의 원리는 단순하다. 플라스틱이나 고무 등의 액체원료를 분사해 적층, 응고의 순서로 3차원의 고체 물질을 제작하는 것이다. 가정 또는 소규모 공간에서도 3차원 모델을 제작할 수 있어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혁신적인 설비로 인식되고 있다.

3D 프린터의 핵심 기술에는 정도(정밀도), 조형속도, 강도 등이 있다. 이 중 강도를 탄소섬유(Carbon fiber)로 보완한다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섬유는 금속에 비해 강도와 탄성이 크고 쉽게 부식되지 않지만 철의 10배 이상 비싸다는 이유로 제한적으로 쓰여 왔다.

하지만 최근 원가가 떨어지면서 낚싯대, 골프채, 테니스 라켓, 자동차 부품, 토목·건축 자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열성과 경량성이 우수해 항공기의 동체와 날개에도 사용되며, 미지의 우주환경을 견뎌야 하는 우주산업에도 쓰이고 있다. 앞으로 탄소섬유 및 산업용 섬유 기술이 3D 프린터와 융합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 생활 곳곳에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무엇을 만드는가’보다 ‘그 결과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가 중요하다. 그동안 3D 프린터의 핵심 요소이자 문제점으로 인식됐던 강도의 문제가 탄소섬유를 통해 해결된다면 3D 프린터 기술은 성역이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또한 형태뿐만 아니라 성능과 역할, 삶의 저변까지 함께 변화하는 진정한 창조경제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김상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재부품산업평가단장
#산업용 섬유#3D 프린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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