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성기]한국 대학의 구조적 문제점을 직시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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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기 포스텍 명예교수·대학구조개혁위원장
백성기 포스텍 명예교수·대학구조개혁위원장
교육부는 1월 대학 구조 개혁 방안을 수립하고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단계적으로 16만 명까지 감축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2018년 이후에는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도 크게 줄어드는 사태가 예견돼 정부가 적극 개입하려는 것이다. 그대로 뒀다가는 수많은 대학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고 고등교육의 경쟁력뿐 아니라 지역 간 균형 발전,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도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교육부는 우선 2017년까지 1단계 4만 명 감축을 목표로 구조 개혁을 위한 대학평가의 기본 계획과 평가 지표 및 기준 설정을 위한 작업을 4월부터 추진 중이다. 한편으로 대학 입학정원 조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대학 운영을 등록금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게 한국 대학의 현실이다. 가뜩이나 등록금 인상이 법적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정원 감소에 따른 재정 감소까지 생기면 많은 대학이 존립 자체가 어려운 위기 상황으로 내몰릴 개연성이 크다. 앞으로 닥치게 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정원 미달 사태는 대학 차원을 넘어 미래 국가 전체에 심대한 위기를 가져다줄 중대한 사안임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23년이면 고교 졸업자가 불과 40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들 중 적어도 70%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총 28만 명이 입학하게 되는데, 이들이 모두 대학 문을 나선다고 한들 현재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대졸 인력 수요 30만 명을 충족시킬 수 없다.

지금은 대학교육의 근본적인 틀과 내용의 변화를 요청받고 있다. 한국 대학은 학습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여 나름대로 교육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거쳐 사회에 배출하는 교육 공급자 위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앞으로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대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겪게 되는 초중등교육-고등교육-노동시장 사이의 심각한 미스매치를 한국 대학이 어떻게 해결할지, 대학을 선택한 모든 학생을 적성과 희망에 맞추어 교육 및 훈련시켜 질적으로 보장된 인재를 사회에 공급할 수 있을지 하는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학은 학생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개개인에게 맞춤형 교육 훈련 과정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입시와 교육 및 훈련 과정에서 다양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질적인 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본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우선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을 전문대의 경우 현재 60명에서 30명 수준으로, 일반대는 최소 20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대학생 1인당 연간 투자비를 현재 약 1000만 원(약 1만 달러) 수준에서 미국 대학의 평균 5000만 원(약 5만 달러)까지는 어렵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약 3000만 원(3만 달러 수준)으로 가능한 한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

전임 교원 수는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입학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일 수만 있다면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기본 여건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당면한 한국 대학의 위기는 뒤집어 말하면 대학교육의 질적 혁신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의 확고한 정책적 의지와 재정 지원도 있어야 하지만 대학 자체의 피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학 구조 개혁을 위한 대학평가 지표와 기준 설정에 있어 교육의 기본 여건과 질적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한 순위에 따라 일정 수준의 정원 감축을 하는 것뿐 아니라 이 평가를 통해 우리 대학이 처한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백성기 포스텍 명예교수·대학구조개혁위원장
#한국 대학#대학 구조 개혁#입학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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