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쥐, 항문봉합 박멸? 전문가 “왜 말도 안 되냐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1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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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괴물 쥐' 뉴트리아를 포획해 항문을 봉합한 뒤 풀어주는 방식으로 멸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서울대 연구원의 제안이 큰 논란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뉴트리아는 초식동물이기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주기재 교수는 14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 "(뉴트리아의) 항문을 봉합하면 공황 상태에 빠져서 카니발리즘, 그러니까 동종을 먹어치우는 그런 행동을 보이니까 새끼들을 먹어치운다는 표현을 한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뉴트리아는 기본적으로 초식동물인데, 아직도 인터넷이나 언론이나 일부 전문가들조차도 잡식성인 것처럼 얘기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풀을 먹는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항문을 봉합한다 하더라도 새끼를 먹어치운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주 비인간적이고 반생태윤리적인 방법"이라는 비판도 잊지 않았다.

주 교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얼마든지 퇴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70년대 초에 했던 쥐잡기처럼 어느 날, 어느 시기를 정해서 일사불란하게 잡지 않으면 또 다른 확산의 씨앗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노력을 해야 한다. 작년에만 3000마리 정도를 잡았다"면서 "작년하고 올해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예산하고 컨트롤타워, 전체를 지휘하는 지휘체계가 없다보니 전국적인 소탕 작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을 지낸 용환율 서울대 면역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25일 한 언론에 '유해동물인 뉴트리아를 마취시켜 항문을 봉합한 뒤 풀어주면 배변하지 못하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서식지에서 어린 새끼를 비롯한 동종을 물어 죽이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극한 상황에서 동종을 잡아먹는 정신질환)을 이용해 멸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박멸 법을 제안했다.

뉴트리아는 식용과 모피를 위해 1980년대 수입했지만 개체 수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수생식물과 철새 등을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2009년 생태교란동물로 지정됐다.

정부에서는 뉴트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포획용 덫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일부 농가에서는 굶겨 죽이거나 때려잡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 책임연구원은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으로 재직할 때 한 동물사의 쥐들을 단 5마리 정도의 항문 봉합한 쥐를 이용해 100% 소탕한 적이 있다"며 "한반도의 건강한 습지생태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제안한 방법은) 골프채로 때려잡는 방법보다 덜 잔인하며 항문 봉합을 한 뉴트리아는 최소 1~2개월은 더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동물단체는 동물의 항문을 봉합해 고통을 유발하는 것은 학대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동물자유연대는 기고문이 실린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카니발리즘을 유도하는 도살 방법은 명백한 동물 학대"라며 "전 세계 어느 나라 기준으로도 유해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방법이나 정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물연대 김지영 선임간사는 14일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개체 수 조절이 이뤄진 사례가 있는데 포획 틀을 설치해 생포한 다음 주사기를 사용해 안락사 하거나 총기로 즉시사키는 방법을 썼다"고 소개했다. 이어 "살아있는 동물의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는 현행 동물보호법에도 학대행위로 지정돼 있다"며 항문을 봉합해 카니발리즘을 유도하는 방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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