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권리금 분쟁만 없으면 세입자 선택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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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권리금 보호 발표이후]세입자 선택권 제한 논란
개정안에 기준 모호해 현장 혼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역 주변 공인중개업소에 ‘1층 식당 권리금 7000’ ‘카페식 호프 권리금 3000’ 등 권리금이 표시된 상점 매물표가 붙어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역 주변 공인중개업소에 ‘1층 식당 권리금 7000’ ‘카페식 호프 권리금 3000’ 등 권리금이 표시된 상점 매물표가 붙어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은평구 통일로의 병원 밀집 지역에 있는 4층짜리 건물 주인 A 씨는 1층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세입자 B 씨와 계약이 끝나면 죽 전문식당이 들어오길 바랐다. 인근 병원 환자들이 자주 찾으면 건물의 가치도 올라가고 2, 3층에 들어선 내과와 산부인과의 환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B 씨가 권리금을 더 많이 쳐줄 수 있는 다른 업종의 세입자를 주선할까 봐 걱정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A 씨는 B 씨가 주선한 세입자와 우선적으로 계약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24일 개정안이 발표된 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상권을 망칠 게 뻔한 세입자를 주선 받아도 반드시 계약해야 하느냐” “초등생 보습학원 건물에 유흥주점을 들이겠다고 해도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건물주들의 불만 글이 폭주했다. 건물주의 세입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런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에 따르면 건물주에게 부과한 의무는 ‘기존 세입자가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는 차원에서 주선에 가급적 응한다’는 것이지 ‘반드시 세입자가 주선한 신규 세입자와 계약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민선찬 민법전문 변호사는 “개정안이 시행돼도 신규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정당한 권리금만 주면 건물주는 얼마든지 세입자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가 개정안에 ‘건물주가 세입자의 주선을 거절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는 ‘물주가 세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거나 점포를 1년 이상 영리 목적으로 제공하지 않으면 세입자가 주선한 신규 세입자와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정당한 보상’과 ‘영리 목적’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실제로 분쟁이 발생해 건별로 사법부의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어떤 결론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적정한 권리금 기준을 놓고 소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강무 한국부동산정보학회장은 “현장에서의 원만한 조율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기준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건물주의 세입자 선택권을 일부 제한하는 게 이미 대법원 판례로도 인정된 만큼 심각한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상가권리금 보호#세입자 선택권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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