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구]에너지 新기술로 ‘기후변화’시장 잡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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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후변화연구본부장
이재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후변화연구본부장
7월 태풍 중 가장 강력하다던 ‘너구리’가 큰 피해를 입히지 않고 지나가 다행이다. 그러나 기상청은 올여름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보를 내놓고 있다. 대기 불안정으로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엘니뇨 현상에 기인한 태풍이 예년보다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늘고 있다. 2012년 한 해 동안 미국은 기상이변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으로 100조 원 이상 지출했다고 한다.

10월 유엔총회에서 공식 채택될 제5차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에서는 해수면 상승의 가속화 등을 사례로 삼아 지구온난화가 현재 진행 중임을 확인할 예정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금세기 말 지구의 온도가 최고 3.7도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야기된 지구 온도 상승은 해수면 상승, 폭풍, 해일 등으로 이어져 저지대 국가에 사는 수억 명의 인구가 이주해야 하며 건조 아열대 지역에서는 지표수와 지하수가 감소해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발표한 ‘에너지기술전망(ETP) 2014 보고서’에서 에너지기술의 개발 및 보급을 통해 2050년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550억 t에서 150억 t으로 80% 가까이 줄이고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에너지효율 향상 기술, 신재생에너지 기술,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 등의 기여도가 높을 것이며, 에너지 시스템을 탈(脫)탄소화하기 위해 44조 달러(2012년 실질 달러) 규모의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 및 기후변화 대응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에너지 기술개발이 다각도로 시도되고 있다. 미국은 ‘기후변화 액션플랜’, 유럽은 ‘호라이즌 2020 프로그램’ 등을 통해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개발 위험도는 높지만 성공 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혁신 기술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에너지 소비 국가이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최근 2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다. 그런데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96%를 수입한다. 우리의 현 에너지 수급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에너지 기술 확보와 산업경쟁력 향상은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국가 에너지안보 차원에서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우리 정부는 ‘국가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30%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1월 발표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 역시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재확인으로 해석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일반적인 방법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지만 소비를 무작정 줄이는 것은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기 때문에 정서적 반감까지 일으킬 수 있다. 결국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미래 기후변화 대응 기술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능동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재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후변화연구본부장
#기후변화#자연재해#에너지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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