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이 장관·수석도 안 만나면 누구를 만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9일 03시 00분


최근 정부 여당 쪽에서 발신지를 알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장관들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오전 브리핑에서 그런 건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봐야겠다”면서 “대통령께서 결심을 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브리핑에서는 “지금도 장관이 면담을 요청하면 면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대변인 말만 가지고는 대통령이 장관들을 만나고 있다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가 나돌고, 청와대에서 해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장관들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충분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해 9월 기초연금 논란 당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려 했으나 면담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사퇴 결심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이들 가운데는 “개인적 면담은 생각하기 어렵다. 업무상 공식 면담 요청은 가능하지만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세월호가 침몰한 날도 박 대통령은 공식 일정이 없는 상태인데도 7시간 동안 전화통화나 서면보고 말고는 어떤 장관이나 수석비서관으로부터도 대면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김기춘 비서실장조차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참모들 사이의 칸막이부터 없애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상황이니 2기 내각의 인사에 대해 “누가 추천했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오는게 아닌가. 비서실장까지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청와대 건물 배치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김종필 국무총리는 거의 매일 청와대에서 대면보고를 하다 보니 총리의 영(令)이 섰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 16년 통치 기간의 면담일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과 가장 많이 면담한 사람은 정일권 전 총리,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김 전 총리 순이었다. 대통령과의 면담 횟수가 힘을 좌우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총리에게 매주 한 차례만이라도 정례적으로 대면보고를 하게 하면 굳이 책임총리라는 명칭을 붙이지 않더라도 힘이 실릴 것이다. 국정운영의 핵심 파트너인 장관과 수석들이 대통령을 수시로 자유롭게 만나서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때 국정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 같다.
#대통령#장관#대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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