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성적 나쁘다고 감독만 바꿔선 발전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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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취 논란 홍명보 감독 재신임 결정… 2015년 1월 아시안컵까지 기회 주기로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국 축구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홍명보 감독(사진)이 이끈 대표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잘 모르고 억측에 근거한 비난도 적지 않다. ‘홍명보호’에 대한 오해를 3가지로 정리해 본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3일 “월드컵 부진이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홍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허 부회장은 “성적에 따라 감독만 바꿔선 한국 축구 발전은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홍 감독. 그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국 축구도 살 수 있다.

○ 박주영과의 의리?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내용이다. “벤치를 지키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는 취임 당시 일성과 달리 홍 감독은 소속팀 경기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 박주영을 선발하기로 결정하고 대표팀 소집 전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박주영이 훈련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이 고려대 출신이라 후배를 챙기기 위해 뽑은 것 아니냐”는 ‘학맥 논란’부터 홍 감독과 박주영의 ‘지나치게 끈끈한’ 관계를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홍 감독은 박주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박주영이 프랑스 AS모나코에서 잘나갈 때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와일드카드로 선발해 쓰면서 ‘박주영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선후배들의 가교 역할을 잘했고, 늘 솔선수범했다. 무엇보다 런던 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처럼 결정적일 때 ‘한 방’도 터뜨려줬다.

○ 해외파만 우대?

전 세계 32개국이 참가하는 ‘축구 제전’ 월드컵에 참가하는 감독으로서 선수 23명을 선발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의 건장한 선수들과 겨뤄야 하는 월드컵이다. 십중팔구 외국 선수들과 경기를 많이 해본 선수들을 선택할 것이다. 홍 감독도 그랬다. ‘유럽파’가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홍 감독이 청소년과 올림픽 사령탑을 할 때 활약했던 ‘홍명보의 아이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는 비난도 설득력이 없다. 올림픽에서 활약한 선수들 중 여러 명이 유럽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이후 소속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홍명보는 ‘축구정치’의 산물?

홍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대표팀 코치가 됐고, 이어 ‘전략가’ 핌 베어벡 감독 밑에서도 대표팀 코치를 했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감독으로 출전했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땄다.

협회의 난맥상은 있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허정무 감독이 사퇴하며 우여곡절 끝에 사령탑에 오른 ‘축구 야당’ 출신 조광래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 조중연 전 축구협회 회장의 설득으로 사령탑에 오른 최강희 감독의 시한부 사퇴 등이 복잡하게 얽혔다. 홍 감독이 ‘조 회장’ 라인으로 비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허 부회장이 늘 “홍명보는 한국 축구의 귀중한 자산이다. 잘 보호해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듯 대부분의 축구인은 ‘홍명보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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