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허위신고 ‘앗, 뜨거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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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골든타임 허비” 강력처벌하자 올들어 87% 급감

“살기 싫다. 약 먹고 죽고 싶다.”

서울 성북구 월곡지구대에는 4월 20일부터 매일 밤마다 걸려오는 허위 신고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신고를 한 이모 씨(66)는 늘 술에 취해 있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이 씨에게서 자살 기도 징후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 씨는 자신의 생일 전날인 5월 11일 연락할 만한 가족이나 친구가 없었다. 그는 술을 마신 뒤 112에 또 전화를 걸었다. 그러곤 “자살하겠다. 지금 죽으면 관할 대학에 시체를 기증하겠다” 등 허위 신고를 했다. 그가 밤새도록 112에 전화한 건수는 무려 41차례. 신고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경찰은 수시로 출동을 해야만 했고 다른 업무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4월 20일부터 5월 12일까지 이런 허위 신고를 182차례나 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이 씨를 공무집행방해혐의로 5월에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이미 112 허위 신고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복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혜화경찰서도 종로구 명륜동 일대를 돌며 자신의 휴대전화로 “내가 살인을 했으며 호텔에 불을 지를 것이다”라는 등 20여 차례의 허위 신고를 한 김모 씨(51)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앞서 혜화서는 9월에는 “종묘공원에 불을 지르겠다”며 허위 신고를 한 김모 씨(44)를 불구속 입건한 후 경찰력 낭비 건으로 540만 원 상당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당시 김 씨의 허위 신고로 형사기동대와 112타격대까지 출동했다.

위와 같이 국민 생활 치안을 위협하고 공권력을 낭비케 하는 112 허위 신고 건수가 올 상반기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112 신고 후 3분 이내에 범죄 현장에 도착하는 ‘골든 타임’을 목표로 하고 무분별한 장난전화와 허위 신고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올 4월 말까지 전국에 접수된 112 허위 신고는 총 6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총 5172건)과 비교하면 건수가 약 9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찰은 112 허위 신고에 대해 ‘투트랙’ 전략을 쓴 것이 올해 상반기부터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112 허위 신고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악성 및 상습 허위 신고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공권력 낭비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또 하룻밤에 수십, 수백 건이나 허위 신고를 해 담당 지구대의 업무를 마비시킨 악질 신고자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까지 벌이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경찰의 엄정 대처가 112 허위 신고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 등을 통해 근본적 인식을 바꿔 허위 신고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목격했다며 112에 허위 신고를 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유 전 회장을 목격했다며 112에 허위 신고를 한 혐의(경범죄처벌법 위반)로 윤모 씨(37)를 즉결심판에 넘겼다고 10일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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