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철저한 중국式… 420만명 동시 접속 ‘초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Case Study]
총쏘기 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중국서 대성공한 한국업체 스마일게이트
기네스북 세계기록 달성

‘2013년 매출 3769억 원, 영업이익 2250억 원, 영업이익률 68% 달성.’

굳이 국내 상장사 1541곳과 비상장사 169곳의 평균 영업이익률 4.6%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보기 드문 실적이다. 온라인 ‘1인칭 총쏘기 게임(FPS·First-person shooter)’인 ‘크로스파이어’로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스마일게이트는 이처럼 독보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크로스파이어는 동시 접속자 420만 명이라는 기네스북 세계 기록도 갖고 있다. 그리고 매출은 여전히 성장세다. 스마일게이트의 성공 요인을 집중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53호(5월 15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한국에서의 실패, 그리고 중국 진출

2006년 스마일게이트는 오랜 연구개발 끝에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한국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이미 선발주자였던 ‘스페셜 포스’와 ‘서든 어택’이라는 게임들에 밀려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열심히 게임을 만들며 준비했지만 인터넷에 접속한 사용자들끼리 게임을 즐기는 네트워크 게임 시장에서는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후발업체가 경쟁력을 갖기 무척 힘들었다. 시장 선점 효과의 중요성을 절감한 스마일게이트는 아직 FPS 게임이 보급되지 않은 새로운 지역을 찾았다. 가장 가까운 중국이 눈에 들어왔다. 스마일게이트의 창립자이자 현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대표인 권혁빈 사장이 직접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그는 시장 현황부터 파악했다. 다행히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는 선발주자가 없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먼저 파트너를 찾았다. 게임 제작·개발에 특화돼 있는 스마일게이트 입장에서는 게임 보급이나 마케팅을 수행할 역량이 없었다. 또 중국의 규제환경 등을 고려할 때 반드시 중국 유통회사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한국 내 게임 유통회사였던 네오위즈가 중국 포털-메신저 서비스 회사인 텐센트와 접촉했다. 그리고 스마일게이트와 논의를 거쳐 텐센트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

○ ‘오직 중국인의 관점’에서…완벽한 현지화

스마일게이트와 텐센트는 머리를 맞대고 중국 시장 및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게임을 조사했고 실패한 게임도 함께 분석했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중국인들은 게임에서도 자국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황금색을 선호했다. 또 중국의 전통적인 건물 등이 형상화된 게임을 좋아했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오로지 중국인만을 위한’ 게임 개선작업이 시작됐다. 전 세계 모든 FPS 게임에서 총의 색깔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검정으로 통일돼 있다. 또 여성 캐릭터라도 전통의상을 입고 게임에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복이나 기모노를 입고 전투에 임하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달랐다. 중국인들은 그걸 원했다. 전체를 황금색 용이 휘감고 있거나 붉은색에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총기, 파란색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총기 등을 만들어 아이템화했다. 붉은색, 짙은 파란색 천에 화려한 무늬가 들어간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입은 여성 캐릭터도 만들었다. 확실히 반응이 좋았다. 크로스파이어가 점점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자 게임상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배경 이미지도 다시 만들었다. 중국의 쯔진청(紫禁城)이나 둥팡밍주(東方明珠) 같은 명소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똑같이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상상력을 동원해 제작할 수 있는 ‘차이나타운’ 맵을 만들었다.

○ 동시 접속자 수 세계 신기록 수립과 내실화

FPS 게임의 성공 여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는 한 번에 게임에 접속한 사람들의 수, 이른바 ‘동시 접속자 수’다. 처음 텐센트와 전략을 짤 때만 해도 동시 접속자 수 50만 명만 달성해도 성공, 100만 명을 넘기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2008년 중국시장 첫 진출 후 1년 만인 2009년 동시 접속자 100만 명을 달성했고, 또다시 1년 뒤인 2010년 200만 명을 넘기며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그리고 2012년 말, 420만 명 동시 접속이라는 쉽게 깨지지 않을 기록이 만들어졌다. 동시 접속자 수 420만 명을 기록한 순간부터 스마일게이트는 ‘내실화’와 ‘수익 강화’에 집중했다. 유료 아이템 결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원화로 10만 원이 넘는 고가의 한정 아이템을 주기적으로 출시했고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인 ‘큐비’를 통해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가 안 되는 중국의 특성을 고려해 PC방과 청소년들이 모이는 여러 장소에서 ‘큐비 구매 상품권’도 판매했다. 이미 큐비를 활용해 텐센트 사이트 내에서 각종 콘텐츠를 구매하던 중국인들은 크로스파이어 게임 아이템도 쉽게 살 수 있었다. ‘철저한 현지화’라는 기본전략을 토대로 타 게임이 범접할 수 없는 고객을 확보한 뒤 내실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 애착심과 네트워크 효과

스마일게이트는 다른 게임이 FPS 시장을 선점하기 전에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시장에 내놨다. 철저하게 현지화하면서 준비했지만 한국시장에서의 실패를 교훈삼아 진출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중국 FPS 게임 시장에서 확실한 ‘선발주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선발주자가 후발주자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게임으로 이탈하기 어렵도록 ‘전환비용’을 높여야 한다. 소비자들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해당 제품의 사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정서적 애착을 느껴 충성심을 갖게 되면 전환비용이 높아진다. 사실 모든 FPS 게임은 사용자들이 시간을 투자해 게임 방법을 학습하고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돈을 투자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모든 게임 사용자들이 FPS 게임에 동일한 수준의 충성도를 갖는 건 아니다. 스마일게이트는 차이나타운을 전투 시나리오에 포함시키고 전통 의상을 캐릭터에 입히는 등 정서적 측면에서 애착심을 높여 전환비용을 만들어냈다. 또 FPS 100만 명 동시 접속자 기록을 만들자마자 이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접속자 수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사용자 수가 많아질수록 서비스의 가치가 훨씬 커진다는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해 후발주자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높은 충성도를 갖도록 유도하고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아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스마일게이트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텐센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