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정, 승객 절반 이상 갇힌 것 알았지만 “선체 진입 힘들어” 122구조대 지원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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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유병언 일가 수사]
해경 교신 녹취록으로 본 부실대응

해양경찰 지휘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현장에 처음 투입된 123정에 내부 진입을 여러 차례 지시했으나 123정은 배가 너무 기울어 어렵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지휘부와 현장의 이견 때문에 단순 구조로 일관하다가 선체 진입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123정과 목포해경,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간에 교신한 ‘주파수공용통신(TRS)’ 녹취록에 따르면 목포해경 상황실은 지난달 16일 오전 9시 4분 모든 경비함에 “사고 해역으로 집결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9시 38분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123정에 “현장 상황을 빨리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123정은 “현재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못 나오고 있다. 일단 이곳 직원을 ○○○○ ○○(잡음으로 확인 어려운 부분) 시켜가지고 안전 유도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123정은 “현재 좌현 선수를 접안해 승객을 태우고 있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 사람이 지금 하강을 못하고 있다. 배가 약 60도까지 기울어 함수 좌현 현측이 완전히 다 침수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9시 48분경 “승객 절반 이상이 지금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단다. 122구조대가 와서 빨리 구조해야 될 것 같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해해경청 상황실은 “본청장과 서해청장 지시 사항이다. 123정 직원들이 안전장구 갖추고 여객선 올라가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오전 9시 54분 123정은 “좌현이 완전히 침수됐다. 항공(헬기)을 이용해 우현 상부 쪽에서 구조해야 될 것 같다”고 제안했으나 상황실은 “주변의 어선들이나 동원 세력이 최대한 많이 구조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9시 57분에는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이 “근처에 어선들도 많고 하니까 (승객들에게)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치거나 마이크로 하면 안 되나. 반대 방향으로”라고 묻지만 123정은 “현재 좌현 현측이 완전히 침수돼 뛰어내릴 수 없다. 완전 눕힌 상태라서 항공에 의한 구조가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현실성 없는 구조 방법을 놓고 지휘부끼리 혼선을 빚는 상황도 있었다. 10시 8분 세월호가 70도 정도 기운 상황에서 김수현 서해해경청장은 “배가 커서 어려움이 있을지 몰라도 배가 침몰 안 되도록 배수 작업이 가능하겠냐”고 묻는다. 이에 김 서장은 “일단 배수작업도 생각을 하고 있고, 거기 지금 올라갈 수 있도록 조치 중”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김 청장은 “출입구가 봉쇄돼 못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배를 가라앉은 상태로 유지시켜 놓고 다른 조치를 취하면 될 것 같다”고 지시한다. 당시 사고 해역에는 헬기 3대와 100t급 경비정인 123정, 전남도청 어업지도선, 소규모 어선 등이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었는데 6000t이 넘는 세월호가 가라앉지 않도록 하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린 것이다.

결국 현장에 처음 도착한 123정과 해경 지휘부가 선내 진입을 놓고 30여 분간 우왕좌왕하는 사이 더 많은 생존자를 구조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울어 선내 진입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초기에 123정 직원 가운데 일부라도 조타실 등에 들어가 선내방송을 통해 승객의 퇴선을 유도했다면 인명 피해는 크게 줄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조종엽 기자
#세월호 참사#해양경찰#해경 교신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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