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자유이용권은 유효기간 네버엔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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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특별한 ‘스승의날 행사’

‘선생님 덕분에 삼성맨으로 성장했습니다.’ 15일 삼성에버랜드가 마련한 스승 초대 행사에 참석한 선생님과 직원(제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선생님 덕분에 삼성맨으로 성장했습니다.’ 15일 삼성에버랜드가 마련한 스승 초대 행사에 참석한 선생님과 직원(제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선생님, 제가 입사해서 드렸던 자유이용권 다 쓰셨어요?”

15일 오후 3시 경기 용인 삼성에버랜드에서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선생님과 제자는 밝게 웃으며 한동안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에버랜드 안세연 PI그룹 주임(30·여)은 조현주 선생님(46·충북 충주 예성여중)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면서 “그때 정말 감사했지만 쑥스러워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려서 늘 마음에 걸렸었다”고 말했다.

안 주임은 중학교 1학년이던 1996년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수업료를 못 내고 있었다. 밀린 수업료 때문에 자주 학교 행정실로 불려 다니던 안 주임을 어느 날 조 선생님이 조용히 불렀다. 선생님은 봉투를 꼭 쥐여주며 “빌려주는 거니까 나중에 꼭 갚아”라고 말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여중생의 자존심을 지켜준 선생님의 배려였다.

2003년 에버랜드에 입사한 안 주임은 다음 해 조 선생님을 찾아가 40만 원어치의 자유이용권을 주며 ‘빚’을 갚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는 제대로 감사하다는 말을 못한 채 수업 중이던 조 선생님에게 자유이용권만 주고 도망치듯 떠났다. 결국 안 주임은 10여 년이 지나 회사가 마련해 준 ‘스승의 날’ 행사를 통해 선생님께 정식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이날 에버랜드가 마련한 스승의 날 행사에는 안 주임과 조 선생님의 사연처럼 감동적인 스토리를 지닌 스승과 제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에버랜드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연 학창 시절 잊을 수 없는 선생님과의 ‘스토리 공모전’에서 선정된 주인공들이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김봉영 사장의 아이디어로 마련됐다. 제자들을 ‘삼성맨’으로 만들어준 스승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선생님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김 사장은 사제관계가 예전처럼 끈끈하지 않은 것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돌아가신 선생님을 모신 제자도 있다. 건설인사팀의 허성 과장(37)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던 고 한청희 선생님(여)의 사진과 제자들의 글로 만든 문집을 들고 행사장을 찾았다. 한 선생님은 1997년 미국령 괌에서 항공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허 과장은 “선생님을 기념하기 위해 몇몇 제자들이 2003년부터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근무하시던 초등학교에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승과의 재미있는 사연으로 선정된 주인공도 있다. 건설경관공사그룹의 김대중 책임(43)은 대학 시절 지도교수였던 이종옥 전 진주산업대 교수(72)를 초대했다. 이 전 교수는 김 책임의 장인이기도 하다.

이 전 교수는 1991년 신입생 시절 강의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던 김 책임을 걱정해줬고 오랜만에 강의실에 나타나면 일부러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문제 제자’였던 김 책임은 이 전 교수의 딸과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됐는데 결혼 전에는 ‘그 많은 제자 중 왜 하필 자네인가’라며 걱정했다고 한다.

행사에 참여한 9명의 스승은 이날 제자인 ‘삼성맨’들의 안내를 받으며 에버랜드의 주요 장소를 둘러봤다.

용인=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스승의 날#삼성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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