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보신뢰 휘청…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밑동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구멍난 국가 안보]
대북정책 총체적 위기 직면

朴대통령, 안보-경계태세 질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시설의 경계 및 안보태세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박 대통령.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朴대통령, 안보-경계태세 질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시설의 경계 및 안보태세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박 대통령.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의 잇단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안보 당국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들을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밝힌 ‘드레스덴 통일 구상’을 밀고 가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날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5·24 (대북 제재) 조치의 해제 문제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며 강경한 대북 원칙을 강조했다. ‘튼튼한 안보’라는 전제조건이 무너지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대북 구상에 혼선이 빚어질 조짐이 나타난 셈이다.

○ 통일정책 전제조건은 ‘튼튼한 안보’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2월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토론회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강력한 억지에 기초한 대북 정책이지 단순한 유화정책이 아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쌍방이 함께 노력할 때만 원활히 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힘을 받기 위해서도 ‘튼튼한 안보’를 확고히 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인수위도 국정 목표의 하나로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을 제시하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국정과제로 ‘국민이 신뢰하는 확고한 국방태세 확립’을 내세웠다. 완벽한 대북 군사대비태세를 갖추고 적극적 방위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몇천만 원짜리 ‘동호회 수준’의 무인정찰기에 청와대 방공망까지 뚫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북 정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확고한 국방태세 확립’에는 북한군의 사이버전 위협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 7일자 보도에서 밝혀진 것처럼 국방과학연구소(ADD) 국가안보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개인 신상정보와 군의 비공개 주요 문건들이 사이버상에 유출되는 등 사이버 보안도 허점투성이였다.

○ 국민 불신 커지는 게 가장 큰 위협

“구멍난 사이버 방공망, 보도 보고 알았나요”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이 사이버상에서도 군의 비공개 문서가 고스란히 유출됐다는 이날 자 동아일보 보도를 들어 보이면서 “정부는 언제 파악했느냐”라고 추궁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보도를 보고서야 관련 사실을 알았다”고 답변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구멍난 사이버 방공망, 보도 보고 알았나요”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이 사이버상에서도 군의 비공개 문서가 고스란히 유출됐다는 이날 자 동아일보 보도를 들어 보이면서 “정부는 언제 파악했느냐”라고 추궁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보도를 보고서야 관련 사실을 알았다”고 답변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문제는 북한과 고도의 지략 싸움을 펴는 데 가장 큰 무기인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무인정찰기 발견 이후 흘러나오는 각종 조작설과 음모론은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험신호’ 중 하나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때도 각종 조작설과 음모론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대북 정책이 힘을 잃었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다 되도록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아 베일에 싸였던 경기 파주시의 무인기가 인천 옹진군 백령도의 무인기와 함께 1일 공개되자 음모론은 확산됐다. 전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혐의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 등이 구속 기소된 것과 연결해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국정원이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덮기 위해 무인기 사건을 일부러 키웠다는 주장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무인기 사건 대응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정부의 안보 시스템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갖춰야 남북 대화에서 북한에 말이 통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조숭호·윤완준 기자
#국가안보#박근혜#한반도 신뢰프로세스#대북정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