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반등 기회 엿보던 국내기업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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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發에 치이고 옐런發에 차이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 경제제재 충돌이 예고되면서 원자재 가격 인상 등 후폭풍을 우려한 국내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19일(현지 시간)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 축소(650억 달러→550억 달러) 발표와 함께 내년 단기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쳐 신흥국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에 촉각

현재 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은 전체 가스 소비량의 35%에 이른다. 그래서 EU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거나, 반대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끊어 버린다면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수송 파이프의 70%가 우크라이나를 통한다”며 “이 파이프가 막힐 경우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도 마찬가지다. EU는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절반을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LG화학은 15개국 30여 개 해외법인 및 지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원료 가격 급등이나 석유화학 제품 가격 급락 등의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환율 변동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외부 변수로 인한 환율 변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정유회사인 SK에너지는 사내에 환관리위원회를 두고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 신흥국 시장 비상

신흥국에서의 판매 비중을 크게 늘려가던 현대·기아자동차는 비상이 걸렸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중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5.3%에서 지난해 34.2%까지 올랐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인도에서는 올해 생산목표를 지난해보다 5% 줄인 60만 대로 잡았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올해 1, 2월 판매량이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소련 지역 국가 가운데 우크라이나 자동차 시장이 가장 컸지만 정세 불안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예상된다”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인근 지역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우크라이나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는 최근 러시아 수출 가격을 내렸다. 1, 2월 수출 실적이 지난해 6100대에서 올해 2100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러시아 수출량은 지난해보다 20% 줄어든 3만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10% 평가 절하돼 러시아에서 차 가격을 깎아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신흥국 수출 비중이 70%를 넘는 포스코도 환율 등 금융시장이 글로벌 철강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공급 과잉 등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율 리스크는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며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세계 경제 전체가 살아나려고 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 정치적 갈등은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신흥국 환율 변동으로 인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강유현 기자
#우크라이나#러시아#기업#원자재 가격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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