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사건 내사-수사-공판 전과정 들여다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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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현미경 검증’에 내부 뒤숭숭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본격 수사에 나선 가운데 김진태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본격 수사에 나선 가운데 김진태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공안(公安) 수사 프로세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의혹 사건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이 중국인 유우성(본명 류자강·34) 씨 간첩 사건의 ‘내사-수사-공판’의 전 과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이를 바라보는 검찰 구성원들은 심경이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공안1부 자존심 치명상, 지휘부도 ‘냉가슴’


수사팀은 우선 유 씨 수사를 담당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요원들을 소환해 수사 지휘 및 공소 유지 과정 전반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검사의 과실 또는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감찰과 징계는 물론이고 수사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민국 공안 수사의 핵심 기관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었다. 수사기록과 공판조서 곳곳에 등장한 공안1부 검사들은 증거조작 수사팀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을 필두로 특수부, 강력부, 외사부 검사들이 유 씨 사건 전반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공안부의 대공 수사 전반을 특수부 검사 등에게 점검받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공안부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은 ‘셀프 조사’ 의혹을 우려한 김진태 검찰총장 지시로 수사와 보고체계에서 배제돼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검찰은 12일 유 씨를 ‘류자강’이라고 발표한 데는 검찰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다. 유 씨는 불법 체류 중인 중국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이다. 증거 조작 의혹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유 씨의 간첩 혐의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속내가 묻어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불법 체류 신분인 유 씨를 추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 ‘받아쓰기 수사’ 비난 피하기 힘들어


공판기록과 판결문을 보면 수사와 공소유지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 국정원 첩보와 진술, 증거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받아쓰기 수사’의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유 씨가 북한에 들어가 휴대전화로 찍었다는 사진도 변호인 측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확인한 결과 중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결국 유 씨의 공소사실 일부를 변경했다. 이는 재판부가 유 씨의 간첩 행위에 대해 크게 의심을 품으면서도 무죄 심증을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증거로 제출한 출입경기록 입수 경위를 놓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부분도 드러난다. 이모 검사는 공판에서 “중국 당국에 다양한 경로로 출입경기록을 요청해 허룽 시 공안국으로부터 공식적 루트를 통해 받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비공식 루트로 얻은 유 씨 출입경기록을 대검찰청에서 정식 입수한 것처럼 얼버무린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출입경기록이 지난해 12월부터 논란이 됐지만 검찰이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것도 문제점이다. 김 총장도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했냐”고 크게 진노했다고 한다.

현재 국정원 요원들은 검찰 수사에 비교적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동료 요원들이 과거 수사를 받고 처벌받는 과정을 여러 차례 목격했던 국정원 요원들이 ‘조직이 요원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내부에는 검사가 요구한 증거들을 수집해 줬는데 검찰이 ‘피해자’로 자처한다면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유우성사건#간첩 증거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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