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대표 복귀? 결국 박주영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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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감독, 팀 정신적 지주 없어 고민… 주영 부진 계속되면 대안은 지성

‘박주영이 안 되면 박지성?’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말 박지성(33·에인트호벤)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브라질 월드컵을 약 5개월 남겨두고 ‘박지성 대표팀 복귀’가 한국 축구의 화두로 떠올랐다. 홍 감독은 브라질 이구아수 전지훈련 현장에서도 “2월쯤 박지성을 직접 만나 그 의중을 묻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박지성만 ‘OK’ 하면 되는 상황처럼 보인다.

사실 홍 감독으로선 2011년 대표팀을 은퇴한 박지성을 복귀시킬 생각이 없었다. 그동안 “은퇴한 선수를 다시 복귀시키는 것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박지성은 ‘필요한 카드’가 됐다. 그 배경엔 박주영(29·아스널)의 부진이 있다. 홍 감독의 올림픽호 체제 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박주영이 소속팀에서 벤치만 지키며 이적 가능성이 떨어지자 박지성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박주영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사상 첫 동메달 획득에 큰 몫을 했다. ‘축구 천재’로 불릴 정도로 실력을 갖춘 데다 대표팀 내에서 후배들을 잘 다독여 팀을 융화시켰다. 당시에도 리그엔 출전하지 못했지만 홍 감독은 “박주영이 군대를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는 배수진까지 치고 대표팀에 합류시켜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수준이 다르다. 또 올림픽은 유럽 리그가 끝나고 2개월 뒤인 7월에 개막해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이 충분했다. 이번엔 유럽 리그 종료 한 달 만에 월드컵이 개막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박주영을 발탁하기엔 위험성이 크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현 대표팀엔 정신적 리더가 없다. 그라운드에서 돌발적인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선 경험 있는 선배가 필요하다. 박지성이라면 아직 그 존재만으로도 후배들에게 정신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 대표팀에선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선덜랜드) 정도만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뛴 경험이 있다. 홍 감독으로선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3회 연속 본선을 누볐던 박지성의 존재가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박지성으로서도 대표팀 복귀는 매력적이다. 한국 최초의 프리미어리거였지만 초라하게 선수생활을 은퇴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데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박지성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홍 감독이 부른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다.

한편 선덜랜드의 지동원은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를 거쳐 도르트문트로 이적하게 됐고 구자철도 볼프스부르크에서 마인츠로 옮기게 됐다. 둘 모두 소속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출전 가능성이 높은 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홍 감독은 지동원의 이적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대표팀에도 희소식”이라면서 “박주영도 1월 중에 새 팀으로 이적하길 기대한다”며 여전히 박주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지성#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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