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비행선박산업 조현욱 사장(48)은 회사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얘기였다.
6일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서울사무실에서 만난 조 사장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상용 ‘B형 위그선’을 생산하는 업체의 경영자답게 인터뷰 내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위그선은 선박과 항공기의 결합체로 호수나 바다 수면 위를 활주로 삼아 나는 미래형 선박이다. 야간투시경 등 대(對)테러 제품 제작 사업을 하던 그는 한국기계연구원에서 B형 위그선을 연구하던 이재국 연구원과 손을 잡고 2008년 아론을 설립했다.
한강의 옛 이름 아리수의 ‘아리’와 전부를 뜻하는 ‘온’을 합쳐 회사 이름을 지었다. 물 위라면 전 세계 어디를 가리지 않고 가겠다는 의지를 회사 이름에 담은 것이다.
B형 위그선은 기존 A형에 비해 비행고도가 30배 가까이 높은 게 특징이다. 5m 수준이던 비행고도를 최대 150m 가까이로 끌어올렸다. 최고 시속은 220km(11인승 기준)이다. 1회 주유(200L)로 최대 800km를 갈 수 있다.
조 사장은 “사계절 기후가 뚜렷한 한반도 삼면의 바다는 위그선의 성능과 안전성을 시험하는 데 최고의 무대가 됐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이 성공하자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비행고도가 높아지면서 감시, 정찰 등의 기능 외에도 해양구조, 여객수송까지 위그선의 역할이 다양해졌다. 조 사장은 “프로펠러 바람으로 인해 일정 거리 이내로 들어갈 수 없는 구조용 헬기의 역할을 B형 위그선이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론은 8월 미국 방산업체 ‘패트리엇3’에 5인승 B형 위그선을 60만 달러(약 6억5400만 원)에 수출했다. 회사 설립 후 첫 매출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앞서 7월에는 미국 연료 절감형 엔진 개발회사 ‘AHP’와 합작사 ‘아론USA’ 설립 계약을 맺었다. B형 위그선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지만 관련 업계는 2016년경 시장 규모가 3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론은 내년 초 위그선 운항회사인 ‘위그코리아’에 11인승 B형 위그선 3척을 50억여 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위그코리아는 이 위그선들을 울릉도 주변을 도는 관광용과 경북 포항시에서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 수송용으로 쓸 계획이다.
조 사장은 “단순히 위그선 몇 척을 파는 데 만족하지 않고 위그선 산업을 키우는 것이 꿈”이라며 “대패질을 하는 목수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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