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리더들이여, 곤충의 눈에서 조직관리의 지혜를 배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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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눈은 사람의 눈과 많이 다르다. 대부분 성충은 시야각이 거의 360도에 달하는 한 쌍의 반구형 겹눈을 가진다. 겹눈은 수많은 낱눈들이 촘촘히 붙어 이뤄진다. 잠자리의 경우 낱눈 수가 최대 2만8000여 개에 이른다. 낱눈 하나하나의 시야는 매우 좁아서 개별 낱눈에 맺히는 상은 대상물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많은 낱눈에 조각조각 분해돼 맺힌 이미지들은 시신경을 타고 곤충의 뇌로 전달돼 모자이크처럼 총체적인 영상을 이룬다.

곤충의 눈은 조직을 경영하는 리더에게 좋은 영감을 준다. 우선 사소하고 지엽적으로 보이는 정보(개별 낱눈에 맺힌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지식자산화(뇌에서 인식되는 전체 이미지)하는 능력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때는 무의미해 보이는 데이터도 한데 종합해보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요즘처럼 소셜미디어가 발달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적 도구가 존재하는 상황에선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하나로 꿰어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역량이 기업 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

정보의 편린들로부터 총체적인 모자이크 이미지를 이끌어 내려면 조직 내 장벽을 없애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 교세라 ‘아메바 경영’의 근간 중 하나가 ‘일일 결산 시스템’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1960년대 초반 아메바 경영 방식을 맨 처음 실험했을 때 그의 최우선 목표는 모든 직원들이 쉽고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성과관리 시스템의 구축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단위 조직별로 매일매일 경영실적을 파악해 채산을 공개하고 그에 맞춰 조직별로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이렇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공유하는 문화가 없었다면 아메바 경영은 큰 혼란만 야기했을 확률이 높다.

각기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낱눈처럼 개별 조직, 특히 현장과 밀접한 조직에 대한 적극적인 권한위임 역시 중요하다. 오랜 진화의 결과 곤충은 인간에 비해 사물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이 압도적으로 탁월하다. 서로 이웃해 있는 수많은 낱눈들이 연속적인 시각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각각의 낱눈이 독자적으로 제 할 일을 못한다면 360도 파노라마식 영상을 담아낼 수도, 고공비행하는 사물의 움직임을 슬로모션으로 찍어낼 수도 없다는 뜻이다.

대개 시장의 흐름과 경쟁자의 동향에 대한 정보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이들은 현장에 나가 있는 조직 구성원들이다. 각 조직이 급변하는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먼저 현장 근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한을 위임해줘야 한다. 물론 효과적인 권한 위임을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역량 계발과 몰입도 제고, 주인의식 함양이 선행돼야 한다. 능력도 없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데다 애사심도 없는 직원에게 무턱대고 책임과 권한을 주는 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넓은 시야각을 가진 곤충은 가시광선 파장 내 색깔밖에 볼 수 없는 인간과 달리 자외선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진대 사람들에겐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뿌리 깊은 인지 편향 탓이다. 여기에 조직 단위의 인지 편향인 집단사고(유사한 배경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어떤 문제와 관련해 의사결정을 내릴 때 다수 의견에 대해 구성원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에 반대되는 정보를 무시하거나 문제점을 심사숙고하지 않은 채 쉽게 합의하는 경향)까지 더해진다면 최고의 엘리트 집단일지라도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곤충의 눈 역할을 할 ‘악마의 대변인(의도적으로 반대 주장을 펴 열띤 논의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사람)’이 조직에 필요한 이유다.

시력만 좋다고 능사가 아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감지해 하나로 묶어내고, 급변하는 상황 변화를 민첩하게 포착하며, 자외선까지 감지해 낼 수 있는 곤충의 넓은 시야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30호(2013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한국형 힐링 마케팅’ 전략은

스페셜 리포트


‘웰빙’이 더 나은 삶을 의미하는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개념인 반면 ‘힐링’은 상처받은 마음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는 과거지향적 개념이다. 웰빙 마케팅이란 말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지만 힐링 마케팅은 유독 한국에서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개인적, 사회적 피로도가 높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소비자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면서 부드럽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한국형 힐링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들을 소개한다. 또 마음에 상처를 받기 쉬운 서비스직 종사자, 즉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조직 차원의 지원 방법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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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 Sloan Management Review


하버드대 의대는 2만 명이 넘는 세계 최상급 연구진을 보유한 엘리트 조직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도 풍부하게 지원받아 겉보기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엘리트 문화 때문에 외부에 대해, 또 연구자들 서로 간에 폐쇄적인 면이 있었다.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도 부족했다. 대학 측은 ‘개방형 혁신’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자 했다. 우선 2010년 상금 3만 달러(약 3400만 원)를 걸고 당뇨병 치료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었다. 참가자 160여 명 중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을 적절히 묶어 7개의 연구팀을 만들어줬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으로 모이자 개인 단위로는 생각지 못했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다. 하버드대의 개방형 혁신 전략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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