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지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 3대째 각별한 한국사랑 “생큐 코리아, 가족들 여의도 100만 집회 못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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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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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 윌 그레이엄 목사 방한

한국 개신교 성장의 전기를 마련해준 것으로 여겨지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3대에 걸친 목회 전통을 이어가면서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한 개신교 행사에 참석한 중년의 그레이엄 목사와 손자 윌, 아들 프랭클린(오른쪽부터). 빌리 그레이엄 복음주의협회 제공
한국 개신교 성장의 전기를 마련해준 것으로 여겨지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3대에 걸친 목회 전통을 이어가면서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한 개신교 행사에 참석한 중년의 그레이엄 목사와 손자 윌, 아들 프랭클린(오른쪽부터). 빌리 그레이엄 복음주의협회 제공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빌리는 눈과 귀가 어두워져 육체는 고통 속에 있지만 정신만은 매우 명철합니다. 요즘 구술로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계 개신교 지도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95)의 최근 근황이다. 미국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대통령들의 조언자’로 불려온 그의 설교는 TV와 라디오, 부흥회 등을 통해 22억 명에게 전해진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의 ‘위대한 부흥사’는 15년 이상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3대째 목회를 잇고 있는 윌 그레이엄 목사. 빌리 그레이엄 복음주의협회 제공
3대째 목회를 잇고 있는 윌 그레이엄 목사. 빌리 그레이엄 복음주의협회 제공
그의 손자이자 ‘빌리 그레이엄 복음주의협회’ 부회장인 윌 그레이엄 목사(38)를 12일 만났다. 윌은 극동방송(이사장 김장환 목사) 초청으로 10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국내 개신교 목회자들을 만나고 몇몇 교회에서 강연을 했다.

“올해 가을에 나올 빌리의 31번째 책 제목은 ‘Salvation(구원)’입니다. 거동이 불편해 인터뷰나 외부와의 접촉은 거절하고 있지만 책에 들어갈 사진을 고르는 등 활기차게 지내고 있죠. 11월 7일 빌리의 96번째 생일 파티를 위해 책 표지에 특별한 커버를 씌운 서프라이즈(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 그날을 기다리고 있죠.”

그레이엄 가문의 목회 전통은 빌리와 그 아들 프랭클린(61), 그리고 손자 윌에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릴 적 윌의 꿈은 파일럿이었다고 한다. 그는 “원래 아이들은 다양한 꿈을 갖는 것 아니냐”며 “면허는 있지만 비행기를 직접 조종할 기회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할아버지, 아버지를 따라 목회의 길을 걷게 된 윌에게 ‘혈관에 특별한 피가 흐르는 것 아니냐’고 묻자 “대학 시절, 단 스무 명 앞에서 기도하면서도 가슴에서 쿵쿵 펌프 소리가 나기도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탤런트(재능)가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TV와 대중설교 등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바뀔 수 있지만 성경의 말씀은 언제나 심플해야 한다는 설교 원칙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할아버지에 관한 기억을 유쾌하게 더듬던 그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빌리가 모르몬(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 신자인 밋 롬니 후보를 지지하면서 큰 파문을 일으킨 대목에 이르자 진지한 표정이 됐다. 윌은 “롬니 후보 지지는 개인적 차원의 일이고, 신앙이나 우리 단체와는 상관이 없다”며 “선거라는 정치공학이 불필요한 논란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로부터 자신까지 이어진 ‘코리아 스토리’도 들려줬다. “한국은 우리 가족에게 매우 특별합니다. 어릴 때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죠. 저의 이번 방문이 처음이라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죠.”

할아버지 빌리는 1973년 여의도광장에서 100만 명이 몰린 가운데 전도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가 국내 개신교 부흥의 계기가 됐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1994년에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면담한 뒤 평양 봉수교회에서 집회를 열었다.

아버지 프랭클린 목사는 그동안 북한을 다섯 차례나 방문해 식량 지원과 학교 건립 지원 활동을 펼쳤다. 프랭클린도 2008년 봉수교회에서 설교해 이곳에서 설교한 유일한 부자(父子) 목사로 기록됐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한국에 대해 영적이면서도 놀라운 기억들을 많이 갖고 있죠. 지금도 가족들은 100만 명이 모인 여의도 집회의 그 열기에 대해 가끔 얘기합니다. 불행하지만 저는 태어나기 전이었죠. 공교롭게도 당시 집회의 통역을 했던 빌리 킴(김장환 목사)이 지금의 나와 같은 38세였다고 하더군요.”

윌은 그의 할아버지가 뿌린 대형 집회의 ‘씨앗’이 한국 교회의 대형화와 세속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이번에 방문한 한국 교회들이 매우 커서 놀라기는 했다”며 “그러나 단지 규모를 문제 삼기보다는 올바른 신앙의 길로 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엑스폴로와 같은 집회 개최는 어떨까? “그런 의견이 나왔지만 올해는 아닙니다. 협회와 한국 개신교계와 상의하겠습니다. 사흘 밤의 짧은 일정 속에 내가 할 모든 얘기는 ‘생큐 코리아’입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빌리 그레이엄 복음주의협회#윌 그레이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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