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명화를 통해 보는 인간과 개의 끈끈한 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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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강아지/스테파노 추피 지음/김희정 옮김/336쪽·2만5000원/예경

예경 제공
예경 제공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위업을 마치고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영웅 오디세우스를 반겨준 것은 늙은 개 아르고스였다. 충직한 사냥개 아르고스는 거지로 변장한 주인을 한눈에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며 반긴 뒤 숨을 거뒀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17세기 프랑스 궁정화가 시몽 부에의 그림을 도안으로 만든 태피스트리 ‘오디세우스를 알아보는 아르고스’(1650년경·사진)로 재현됐다.

인간과 개가 함께한 역사는 1만4000년을 헤아린다. 동물의 세계에서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종이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사례는 흔치 않다. 오늘날 우리가 애완견과 함께 사진을 찍듯이 인간이 고대부터 미술 작품 속에 수많은 개를 그려 넣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탈리아의 미술사가인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개를 다룬 미술 작품들을 시대별로 모아 작품을 설명한다. 그림을 매개로 하여 인간과 개 사이의 우정의 역사를 가볍게 써내려간 책이다. 풍성한 컬러 도판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고대에 개는 주로 사냥과 가축몰이, 경비 용도로 길러졌다. 그래서인지 고대의 부조, 조각상, 도자기 등에 표현된 개들은 크고 날렵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런 개들은 당연히 사나웠을 터. 로마에서는 세련된 모자이크로 ‘개 조심’을 알리는 경고판을 만들었다.

중세까지는 ‘애완견’이라는 개념조차 없다가 15세기 초부터 일부 가정에서 애완견을 기르기 시작했고 16세기 들어와 크게 유행했다. 당시 애완견을 기른다는 것은 엘리트 계층의 특권을 의미했다. 얀 반 에이크의 명작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년)에도 결혼 서약을 하는 상인 조반니 아르놀피니와 조반나 체나미 부부 사이에 앙증맞은 강아지가 서 있다. 벨기에가 원산인 브뤼셀그리폰 품종의 이 강아지는 그림에서 부부의 충실한 사랑과 신의의 상징물로 쓰였다.

르네상스기에 들어오면서 초상화에 개를 함께 그려 넣은 작품이 많아졌다. 신사들은 말을 탈 때 동반하기 좋은 마스티프나 그레이하운드 같은 덩치 큰 개를, 부인들은 작고 온순해서 무릎에 올려놓기 좋은 귀여운 강아지를 선호했다.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는 개를 무척 사랑해서 그에게 초상화를 의뢰한 사람들은 개를 동반해야 했다고 한다.

유럽 부유층의 애완견 사랑이 깊어지면서 바로크시대 유럽에서는 애완견을 옷이나 리본, 모자는 물론 보석으로까지 치장했다. 18세기 말에는 더욱 사치스러워져 개 무덤을 만들어주는 게 유행이 됐고, 저택을 장식하기 위해 개 초상화와 수렵 장면을 그린 집도 많았다.

소묘를 많이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해부학 연구를 위해 가끔 개를 그렸다. 하지만 개를 좋아하진 않았다. 기회주의적 동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개는 가난한 사람들을 싫어한다. 가난뱅이는 형편없는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반면 좋은 음식과 고기를 많이 먹는 부자들을 좋아한다.” 많은 그림 속의 개들이 고상하고 충성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그 그림들이 대개 부유층 귀족들의 의뢰로 그려졌기 때문일까.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오디세우스를 알아보는 아르고스#그림 속의 강아지#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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