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기고]“일자리는 기업에서 만드는 것… 정부 고용강요는 부정적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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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우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류재우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청년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대학생들은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은 물론이고 졸업까지 연기해가며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에 적잖은 돈과 시간을 들인다. 하지만 대학들이 발표하는 취업률은 60%를 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학력 졸업자가 증가한 것도 청년일자리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대학 진학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취업자 중 4년제 대학 졸업생 비중은 20년간 2.6배로 늘었지만 고학력 직종인 관리·사무·전문직 취업자 수는 20년 전보다 60%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구조적으로 생산직 인력은 부족하고, 관리·사무·전문직 등 취업자들이 선호하는 직종에서는 구직자 공급과잉 현상이 고착화한 것이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늘어나면서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대한 청년층들의 선호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곳에 취업하는 사람은 20, 30대 전체 구직자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20년 전과 비교해보면 대기업에 취업한 대졸청년 비율은 거의 반으로 떨어졌다.

청년고용 문제는 이처럼 한국경제의 고용능력 저하, 고학력화에 따른 직종 및 기업규모 간 미스매치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짧은 시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는 고용정책을 시행할 때 일자리를 만드는 건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용을 강요하는 규제는 기업의 비용을 높여 중장기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춰 성장하고, 혁신적인 기업들도 생겨나 자연스럽게 이들이 채용규모를 늘릴 수 있게 돕는 데 역할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공부문 고용 확대, 정년 연장, 정리해고 요건 강화, 대기업 구조조정 자제 요청 등은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교육당국이 대학평가의 중요한 잣대로 취업률을 들이대며 대학들을 취업경쟁에 내몰고 있는 점도 시정돼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대학 간 싸움만 부추길 수 있다. 단순히 취업률 수치를 높이기 위해 자기 학교에 학생들을 취업시키는 대학도 일부 있다. 이는 대학의 고용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취업률 지표를 왜곡시킨다.

그보다는 대학들이 창의성, 전문성, 문제해결 능력,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게 정부에서 돕는 편이 낫다. 겨울방학 기간을 줄이는 대신 여름방학을 늘리고 기업과의 협력 아래 학생들에게 인턴 등 다양한 직업경험을 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학력화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졸취업 활성화를 통해 대학 진학률을 낮추고 교육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경쟁력 없는 대학이 스스로 퇴출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기업은 쓸 만한 졸업생이 없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기업에 필요한 인재상, 숙련도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청년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분명한 신호를 줘야 한다. 그래야 구직자들이 불필요한 스펙 쌓기 경쟁에 정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좀더 많은 이들을 채용할 수 있게 하려면 소수의 인원을 뽑아 장시간 근로를 시키고 높은 임금을 주는 현재의 방식도 탈피해야 한다. 근로자 측도 근속기간에 따른 경직적 임금상승 체계가 일자리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점을 인식하고 일정부분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류재우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류재우#청년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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