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차기정부에 바란다]<5>하용출 美워싱턴대 잭슨국제대학원 석좌교수

  • Array
  • 입력 2012년 1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섣부른 허세-과시외교 안된다

이제 대선은 끝났다. 새 정부가 외교안보 면에서 성공하려면 신중한 국제정세 인식을 바탕으로 주요 정책 수립 및 관련 제도정비 분야에서 올바른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국제 및 동아시아 지역 환경이 안정되지 않고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과거 정부들이 저지른 섣부른 허세외교나 과시외교를 지양해야 한다. 성급하고 경직적인 정책 판단보다 변화에 적응하면서 중장기적 전략 방안을 구상해도 늦지 않다.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대외환경 변화에 극도로 노출되어 있다. 중국 경제의 부침, 유럽 경제의 지속적인 위기 상황, 미국과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 신흥공업국의 발전 속도 등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위기 속의 상호의존이 심화되고 있는 세계경제는 언제든지 국내 정치 경제 사회에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군사안보 못지않게 경제안보는 새 정부의 지속적인 도전이 될 것이다.

현 국제정세는 경제와 안보가 밀접히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그러했고 앞으로 추진할 중국과의 FTA도 마찬가지다. 이는 경제와 안보의 이원적 사고를 극복하고 경제의 안보적 함의와 안보의 경제적 의미를 항상 의식해야 함을 뜻한다.

정책적으로 북핵 문제와 남북한 관계는 새 정부의 첫 도전이 될 것이다. 북핵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다. 6자회담의 실효성은 이미 상실된 지 오래다. 한국과 북핵 문제 당사국들 모두 새로운 정권으로 출발하는 마당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다양한 양식의 회담 형태 변경과 함께 한반도 문제를 북핵 문제를 넘어 포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의해 봄 직한 안건이다. 북핵 문제와 남북한 문제를 경직적으로 연계하는 비현실적인 남북한 관계는 종식되어야 한다.

한미 관계는 한국 외교의 주축이다. 다만 미국을 전략적으로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중장기적으로 독자적 외교영역의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세련되고 세분된 적과 우방 개념을 설정하여 전략적 융통성을 확보해야 한다. 단순한 적 개념과 우방 개념에 익숙한 한국은 100% 적도, 100% 우방도 없다는 점을 체험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임해야 한다.

동북아는 현재 과거에 매달려 있으면서 미래에 대해서는 별다른 준비 없이 비관주의만 팽배해 있다. 역대 정권이 동북아위원회를 통해 단기적 경제 이익 확대를 모색했던 접근을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동북아 미래의 지역질서에 기여할 수 있는 지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추상적인 담론보다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극동 개발 참여 등 과거에 매이지 않고 새로운 협력을 구축할 수 있는 현실적인 협력전략의 개발이 필요하다.

제도 정비의 우선순위는 국제경제의 국내 충격을 대비하는 데 두어야 한다. 자원 외교와 프로젝트 외교 등 가시적 건수 외교 못지않게 새 정부는 대외 환경의 국내적 영향 평가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수행하여 국민들의 불안 요소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이 분야는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우리 외교의 고질적 병폐는 장기간 냉전의 영향으로 안보정책과 경제정책이 이원화된 점이다. 이러한 이원화는 현실과 맞지 않다. 공약에 나와 있는 국가안보실 설치와 국가정보체계 정비는 안보와 경제의 이원론을 극복하고 외부에서 오는 국내 영향 평가를 종합적이고 상시화할 수 있는 제도로 편성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외교안보에서 초당적 협력체계의 구축이다. 역대 정권은 이 문제 해결에 실패했거나 과제로 삼지 않았다. 그러나 더는 이 문제를 미룰 수 없다. 외교, 통일, 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화하는 과거의 구습에서 벗어나 이제 초당적 외교를 적극 추진해야 할 시기다.

이를 위해 외교 담론을 상시화하고 중립적이고 초당적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러시아의 외교협회와 같은 제도를 만들어 항시 초당적인 전략적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통령 직속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안보위원회 설치가 바람직하다. 지난 25년간의 민주정권들이 이루지 못한 초당적 외교 틀이 새 정부에서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하용출 美워싱턴대 잭슨국제대학원 석좌교수
#하용출#박근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