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외고

동아일보 입력 2012-11-16 03:00수정 2012-1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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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교육감 후보, 폐지론-전환론 공약 쏟아내
입시 앞둔 학교 측, 지원자 줄어들까 노심초사
외국어고 교직원들은 요즘 마음이 불편하다. 대선 및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이 외국어고를 겨냥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면서다. 19일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서울 지역 외고는 당장 지원자가 줄어들까 촉각을 곤두세운다. ‘외고 수난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고교 서열화를 막기 위해 외고는 일반고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외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에 나서는 유력 후보들의 공약도 큰 차이가 없다. 좌파 후보인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은 “입시 전문학교로 변질된 외고가 가장 문제다.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우파 후보인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도 “외고를 존속시키되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어느 정도 강제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고는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동시에 불만이 터져 나온다. 논란의 중심인 서울 지역의 외고 관계자들이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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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외고 교장은 “외국 명문대로 진학하는 비율이 늘었다. 커리큘럼도 보완해 지금은 전체 수업 시간의 절반가량이 외국어다. 과학 영재만 영재가 아닌데 후보들이 순기능은 빼고 보고 싶은 점만 보려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요즘은 신입생 원서접수 기간을 눈앞에 둔 시점이라 더욱 난감해한다. B외고 교무부장은 “가뜩이나 학생 수준이 매년 떨어지는데 이런 일까지 겹쳐 교무실 분위기가 안 좋다. 교사들이 일선 중학교를 돌며 현장 분위기를 주의 깊게 살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녀사냥’이란 말도 나왔다. C외고 교장은 “외고에 대해선 정부와 교육청이 시험지를 걷어 체크할 만큼 서슬이 시퍼렇다. 사회적배려대상자를 늘리라고 해서 올해부턴 정원의 20%를 채웠다. 주변 눈치가 보여 외국어 수업 시간을 꾸역꾸역 채우는데도 결국 외고만 문제란 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선거철마다 나오는 얘기니까 참고 넘기자고 지적한다. D외고 교감은 “김영삼 정권 전부터 선거철마다 겪었다. 교육 공약에 외고가 빠지면 허전한 모양”이라며 비꼬았다.

하지만 외고를 비판하는 정도가 이전과 비교하면 더 심하다며 대체적으로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고3의 대학진학 지도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교장들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외고#학생 우선선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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