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데이 이코노미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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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품에 민감한 소비자 잡아라”… 게릴라식 단타 마케팅

하루만 열고 케이스위스가 지난해 11월과 올 6월에 하루씩 서울 홍익대 근처에 마련한 팝업스토어 ‘피프틴 러브’. 인디밴드 공연 등 문화행사를 곁들여 젊은 소비자와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케이스위스 제공
하루만 열고 케이스위스가 지난해 11월과 올 6월에 하루씩 서울 홍익대 근처에 마련한 팝업스토어 ‘피프틴 러브’. 인디밴드 공연 등 문화행사를 곁들여 젊은 소비자와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케이스위스 제공
매일 바꾸고 교보 핫트랙스 광화문점에 지난달 등장한 팝업스토어 공간 ‘핫존’.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선별해 소비자 구매 성향을 파악하고 체험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게 마련한 공간이다. 핫트랙스 제공
매일 바꾸고 교보 핫트랙스 광화문점에 지난달 등장한 팝업스토어 공간 ‘핫존’.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선별해 소비자 구매 성향을 파악하고 체험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게 마련한 공간이다. 핫트랙스 제공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는 지난달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팝업스토어(일정 기간 이벤트성으로 운영하는 임시매장)를 단 하루만 운영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순간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층에 맞춰 하루만 여는 것이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구·음반 전문유통업체인 교보 핫트랙스가 최근 서울 광화문점에 팝업스토어 공간인 ‘핫존’ 5곳을 개설한 것도 새로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크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이곳에선 각종 학용품과 선물 아이템, 신발 등이 짧게는 하루 단위로 전시 판매된다.

최근 유통과 전자업계 등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게릴라성 마케팅을 펼치고 임시기획을 통한 한정상품을 내놓는 ‘단타 마케팅’ 사례가 늘고 있다. 짧아진 신제품 및 서비스 출시 주기에 맞춰 하루 단위의 초단기 마케팅까지 등장하고 있어 ‘원데이 이코노미(one-day economy)’라는 말도 나왔다.

○ 새로운 것이 곧 트렌드

반짝 매장도 ‘뉴트로지나’가 7월 6, 7일 양일간 신제품 수분크림 ‘하이드레이팅 젤’ 발표를 기념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대형카페를 빌려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블라인드 테스트 등 ‘트라이슈머’ 형 이벤트가 마련됐다. 뉴트로지나 제공
반짝 매장도 ‘뉴트로지나’가 7월 6, 7일 양일간 신제품 수분크림 ‘하이드레이팅 젤’ 발표를 기념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대형카페를 빌려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블라인드 테스트 등 ‘트라이슈머’ 형 이벤트가 마련됐다. 뉴트로지나 제공
1, 2년 사이 가장 인기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른 팝업스토어는 통상 2주∼한 달간 운영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말을 끼고 3일간 열리거나 하루만 ‘짧고 굵게’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팝업스토어 마케팅을 처음 펼치는 업체들은 초단기 운영 방침을 채택할 때가 많다. 정식품은 지난달 15∼17일 3일간, 스킨케어 브랜드 뉴트로지나는 이달 6, 7일 이틀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팝업스토어 전략은 홈쇼핑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초특가 행사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18일 이례적으로 평일 하루 동안 ‘긴급편성 초특가 퍼레이드’를 열고 ‘김영주 여름팬츠’ 등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이날 매출은 수요일 평균 대비 15%가량 늘었다.

기업들이 원데이 이코노미 전략을 구사하게 된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변덕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지면서 쉽게 싫증을 내거나 좀 더 진화된 제품을 원하는 욕구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 정보업체인 트렌드워칭닷컴은 이달 트렌드 브리핑에서 소비자 트렌드를 ‘뉴이즘(Newism)’으로 정의했다. 신제품 마케팅을 하루, 심지어 몇 시간 단위로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뉴이즘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은 제품을 미리 써보고 구입하는 소비자, 즉 ‘트라이슈머(trysumer·try+consumer)’가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각종 리뷰를 통해 제품에 대한 남들의 평가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신제품을 써보는 데 대한 리스크가 줄었다.

신세계백화점이 6∼15일 화장품을 20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펼친 ‘메가 샘플 파우치’ 이벤트는 트라이슈머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성공을 거뒀다. 한 브랜드 제품만 구입하면 총 20여 개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대용량 샘플을 선물로 주는 행사였다.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매장 오픈 2시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동이 나는 등 전국적으로 물량 3000세트가 행사 첫날 품절됐다.

○ 더 빨리, 더 많이

게릴라성 팝업스토어 마케팅은 신제품 출시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정상품을 내세우는 사례가 늘고 신제품 출시 주기도 짧아졌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는 지난해 겨울부터 크리스마스 한정판, 밸런타인데이 한정판 등 비정기적인 ‘스폿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투썸플레이스’는 올 들어 음료 및 디저트의 신메뉴 출시 주기가 두 달에 한 개에서 한 달에 한 개로 짧아졌다. CJ제일제당의 월평균 신제품 출시 건수는 2010년 2.6건에서 올해는 3.8건으로 늘었다.

원데이 이코노미는 앞으로 대부분의 소비재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기호가 영화산업처럼 신제품 중심으로 변하고 있고 각 기업도 ‘일회성 생산’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원데이 이코노미 ::


급변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기업의 신제품 및 서비스 출시 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하루 단위의 초단기 마케팅 활동까지 등장하는 트렌드를 지칭하는 개념.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홍선표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원데이 이코노미#게릴라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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