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잡종스타 ‘벤지’ 유기견 100만 마리 입양시켜… ‘삼월이’는 전원일기 고정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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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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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종견으로 태어났지만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개 두 마리가 있었다. 한 마리는 미국의 세계적 견공 배우 ‘벤지(사진)’, 또 한 마리는 22년 동안 방영된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 초기에 출연했던 ‘삼월이’다. 삼월이는 벤지만큼 화려한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대중적 관심을 끈 ‘동물 배우’란 점에서 각별한 점이 있다.

#1 강아지

태생이 태생인지라, 두 마리 모두 시작은 미미했다. ‘월드 무비 스타’ 벤지는 원래 버려진 잡종개였다. 우리에게 벤지로 잘 알려진 이 개의 본명은 ‘히긴스’(편의상 그냥 벤지라고 하자). 1957년 12월 태어난 벤지는 강아지일 때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유명한 동물 조련사 프랭크 인에게 입양됐다.

한편 삼월이는 난 지 한 달도 못돼 남대문시장에 나가 앉은 신세가 됐다. 1980년 10월, 단돈 4000원에 팔려 서울 여의도의 MBC 방송국으로 갔다. 이후 전원일기 세트장이 삼월이의 집이 됐다.(‘MBC 가이드’ 1984년 6월호·김한영 PD)

#2 연기 생활

벤지는 TV 시트콤에 출연하다 영화로 영역을 넓혔다. 마지막으로 출연한 영화가 바로 유명한 ‘벤지’다. 벤지는 탁월한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동물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머리도 좋아 여러 가지 고난도 연기를 선보였다. 프랭크 인이 “내가 가르쳤던 수많은 동물 배우 중 벤지가 가장 똑똑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전성기의 벤지는 어려운 연기를 일주일에 하나씩 마스터했다. 우편함을 열어 편지를 꺼내기도 하고 ‘큐’ 사인을 주면 재채기를 할 수도 있었다.

삼월이는 주로 ‘조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영특함만은 숨길 수 없었다. 전원일기에 출연했던 김혜자 씨는 자신의 책(‘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에 “우리 삼월이. 드라마가 잘되려면 강아지도 한몫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똥개 삼월이는 세트장에서 담도 없고 대문도 없는데 회장님 마당 밖으로는 나가지 않고, 회장댁 식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마당에 들어오면 짖기까지 했습니다”라고 썼다.

#3 자식들

삼월이는 두 번 새끼를 낳았다. 첫 번째 새끼를 낳았을 때는 PD를 위시한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돈을 모아 우유와 고기를 사다 줬다. 이때 삼월이는 처음으로 에피소드의 주인공 역할도 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삼월이의 첫딸인 복실이는 어느 날 쥐를 잡으려고 놓은 약을 먹고 죽고 말았다. 1년 뒤 삼월이는 또 출산을 해 강아지 다섯 마리를 낳았다. 그 강아지들은 김혜자 씨의 집 등으로 입양을 갔다. 벤지는 연기가 특출한 딸을 하나 뒀다. 바로 ‘벤진’이다. 벤진은 아빠가 하늘나라로 간 후 여러 편의 영화와 TV 시리즈에 출연했다. 아빠와 딸이 대를 이어 출연한 영화 ‘벤지’ 시리즈를 본 관객은 총 7400만 명(다른 개가 출연한 시리즈도 포함)이나 됐다.

#4 하늘로… 그리고 세상에 남긴 것들

벤지는 승승장구하며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개로서는 장수하기도 했다. 1975년 숨을 거뒀을 때 벤지는 18세였다. 벤지는 개들과 사람 모두에게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미국 인도주의협회(AHA)는 잡종개 벤지의 영향으로 동물보호소에서 입양된 개가 100만 마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조련사 프랭크 인은 벤지의 유해를 화장해 유골을 자기 집 벽난로 위에 애지중지 보관했다. 그는 2002년 숨을 거두며 벤지의 유골을 함께 묻어달라는 말을 남겼다.

삼월이는 네 살로 짧은 생을 마쳤다. 1984년

6월 21일 동아일보에는 ‘전원일기의 귀염둥이 개 삼월이 시름시름 병 앓아 연출진 발 동동’이란 기사가 실렸다. 김한영 PD는 “삼월이가 없으면 대신 내세울 만한 개가 없어 큰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삼월이는 같은 해 말 숨을 거뒀다.

1990년대 말 ‘전원일기’ 연출을 맡았던 최용원 PD는 “1대 이후 대여섯 마리의 개가 삼월이 역할을 물려받아 2002년까지 출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말에도 삼월이가 주역을 맡은 에피소드가 나간 적이 있었다”며 향수와 따뜻한 정서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삼월이들을 추억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벤지#잡종스타#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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