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Let’s Go Baseball] 김응룡은 왜 우승 주축들을 내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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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7시 00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팀은 이듬해 찾아오는 ‘우승 후유증’에 시달린다. 한국프로야구 30년사에서 4차례에 불과했던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을 달성한 김성근(사진) 김응룡 김재박 선동열 감독에게도 우승 후 팀을 추스르는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했다.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팀은 이듬해 찾아오는 ‘우승 후유증’에 시달린다. 한국프로야구 30년사에서 4차례에 불과했던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을 달성한 김성근(사진) 김응룡 김재박 선동열 감독에게도 우승 후 팀을 추스르는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했다. 스포츠동아DB
연승 감독들은 우승 후유증을 어떻게 이겼나

김응룡·선동열의 ‘살벌 심리전’

우승 주축 베테랑 과감하게 트레이드
“너 없어도 된다” 선수들 경쟁심 극대화

김성근의 ‘끔찍 지옥훈련’

한계 넘어선 지옥훈련으로 느슨함 극복
2008년 연승, 야구사상 압도적 V결실

김재박의 ‘화끈한 휴식’

1999년 우승 실패후 체력 중요성 실감
“뛴 만큼 쉰다” 처방후 2003·04년 V


김응룡 김성근 김재박 선동열.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연패(連覇)를 경험한 사령탑이다. 김응룡 감독은 해태 시절인 1986∼1989년의 4연속 우승과 1996∼1997년의 2연속 우승을 일궜다. 김재박 감독은 현대를 이끌고 2003∼2004년 우승을 차지했다. 선동열 감독은 2005∼2006년 삼성에서 2연패를 했다. 김성근 감독은 2007∼2008년 SK에서 연달아 우승했다. 도전보다 수성이 더 힘들다고 한다. 휴대폰 세계 1위를 달리던 노키아(NOKIA)가 허무하게 무너지고, 휴대용 카세트의 왕 소니(SONY)가 저렇게 힘없이 물러나는 것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요즘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우승이 꿈처럼 느껴질 것이다. 우승 후유증을 실감하고 있다. 초보 감독으로서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 아시아시리즈 제패까지 달성했지만 2011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승부사 김응룡도 피해가지 못한 우승 후유증

1983년 해태는 첫 우승을 했다. 선수가 모자라 다른 팀에 구걸하다시피하며 포수와 내야수를 모았던 1982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재일동포 포수 김무종과 투수 주동식의 가세, 20승으로 에이스 역할을 해준 이상윤의 불꽃피칭과 김봉연 김종모 김성한 김준환 등의 활약으로 이룬 우승이었다.

그러나 1984년 해태는 추락했다. 이상윤은 1983년의 무리로 예전 같은 공을 던지지 못했다. 팔을 보호한다며 오른팔에 깁스를 한 것이 병으로 이어졌다. 스포츠의학과 재활에 대해 무지하던 시절이 만든 해프닝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마음속에 든 생각이었다. ‘잘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이 전염병처럼 번졌다. 이전과 같은 승리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면서 해태는 1986년 다시 우승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우승 후유증을 실감한 김응룡 감독은 이후 선수관리 철칙을 만들었다. 우승 다음해에는 기둥선수라도 과감히 트레이드를 했다. 그것이 어려우면 젊은 선수를 경쟁시켜 기존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일으켰다. 말은 필요 없었다. “네가 없어도 우리는 해낸다”는 감독의 의도를 알렸다. 1986년 OB에서 한대화를 영입하고, 골든글러브 3루수 이순철을 외야로 돌려 3김(김종모 김준환 김일권)을 견제했다. 김무종이 느슨한 순간에는 장채근으로 교체했다. 김성한이 버틴 1루에는 이건열을 밀어 넣었다. 김성한은 후배가 1루수 미트를 들고 훈련하러 오면 감독 몰래 “외야로 나가”라며 윽박질렀다. 김봉연 김종모 김준환 등 주력타자들도 강제로 옷을 벗겼다.

김 감독은 해마다 동계훈련만 되면 덩치 큰 루키를 띄우며 기존 선수들에게 경고했다. 1996∼1997년에는 팀의 기둥이었던 선동열을 적으로 돌리는 심리전도 썼다. 그동안의 우승은 주니치로 간 선동열 덕이라며 선수들의 자존심을 긁었다. 베테랑 이순철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빼기도 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선수에게 위기감과 경계심을 주는 용병술. 선동열 감독도 애용한다. 그는 ▲이름값으로 야구하지 않는다, ▲절박한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 ▲베테랑을 잘 요리하지 않으면 팀 분위기가 망가진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훈련 또 훈련의 김성근, 휴식의 김재박

2007년 생애 최초이자 SK의 역사에서도 처음인 우승을 차지한 김성근 감독. 김응룡 감독과는 다른 방법으로 연속우승을 이끌었다. 쉽게 선수를 내치지 않는 그는 훈련으로 우승 후유증을 털어냈다. 2007시즌을 앞두고 했던 훈련이 지옥이었다면 수성을 위한 2008년의 훈련은 그보다 더 강도가 높았다. 이미 체력의 한계를 넘어선 훈련을 해봤던 선수들은 2008시즌을 앞둔 고강도의 훈련도 견뎌냈다. 그 결과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압도적이라고 평가받는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김재박 감독은 1998년 2000년 징검다리 우승을 했다. 1999년과 2001년은 실패했다. 그 원인으로 투수들의 무리를 꼽았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느라 다른 팀보다 한 달 이상 더 던져 투수들에게 아무래도 후유증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 체력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했기에 2003∼2004년은 주전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면서 몸 관리를 했다. 놀 땐 놀고, 할 땐 확실히 한다는 김재박 특유의 야구 스타일이 만든 연속우승이다. 작전수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집중적 훈련으로 기본을 탄탄히 한 것은 그만의 비법이다.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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