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성호]모든 길이 대선을 향한다면

동아일보 입력 2012-04-14 03:00수정 2012-04-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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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9대 국회의원 선거, 아니 대선 전초전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최초의 전초전이 아니었고, 마지막 전초전일 것 같지도 않다. 이미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대선 전초전처럼 치렀다. 무엇보다 새로 출범할 19대 국회가 원 구성부터 법안 심의까지 사사건건 여야 간 대선 샅바싸움으로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헌법은 권력분립 원리에 입각한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다. 권력이 한곳에 집중된 대통령중심제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현실에선 정치의 모든 것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혹은 대통령직을 바라보며 진행된다. 12월 대선까지 8개월 남은 시점에 치러진 이번 총선도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말이 국회의원 선거지, 실은 대선에 의해 대립구도가 결정됐고 공천과 선거운동도 대선을 겨냥해 이루어진 면이 크다.

후보나 정당보다는 대선주자들과 그들의 조직, 옹호세력이 전면에 나섰다. 새누리당이 특히 그랬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후보 수백 명을 혼자 짊어진 듯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후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자기에게 표를 달라고 외쳤다. 주인공은 박 위원장이고 후보들은 조역에 불과했다. 공천도 대선 득실을 계산해 결정한 경우가 많았다. 대선 조직의 핵심요원으로 뛸 사람들을 키우기 위해 혹은 대선 경쟁자나 반대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공천’이란 이름의 자의적, 일방적, 비민주적 도구를 남용했다. 마치 정당머신(party machine)이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복잡한 공식에 따른 거래를 뚝딱 만들어내듯 대선용 공천과 선거운동을 급조해냈다.

야권도 대선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MB 책임론과 정권 심판론에 매달리고 박근혜 대세론에 타격을 가하려 했다. 여당 국회의원 후보들보다는 현역 대통령과 유력 대선주자를 과녁으로 삼았다. 국회의원 선거에 걸맞은 정책공약보다는 대선에 어울리는 거대담론에 더 의존했다. 선거기간 내내 문재인 후보를 띄우고 김두관 지사를 준비시키고 안철수 교수에게 손짓했다. 야권 선거연대와 후보 단일화도 국회의원 선거보다는 대선을 염두에 둔 예비포석 또는 예행연습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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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유권자도 대선을 염두에 두고 표를 던졌다. 특정 대선주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혹은 제동을 걸기 위해, 또 대선 정권교체를 위해 혹은 반대세력의 정권 획득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12월 대선 승리라는 더 큰 승리를 겨냥해 국회의원 후보와 지지 정당을 전략적으로 고른 유권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 못지않게 격렬한 대선 전초전이 19대 국회의 출범과 함께 예정돼 있다. 여야 간 의석 차가 워낙 근소해 긴장감 높은 호각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모든 것이 대선을 고려해 진행될 것이다. 상임위원장직 배분, 법안 상정과 심의, 예산 심의, 국정감사 등이 그 자체의 논리보다는 대선 방정식의 일부분으로 다뤄질 것이다. 각 정책의 허실을 논하기보단 어떤 정책 입장을 취할 때 대선 표를 더 얻을 수 있을지 계산하는 데 급급할 것이다.

모든 길이 대선을 향한다면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이 똑같은 논리로 규정되어선 곤란하다. 국회와 대통령은 다른 원칙과 관점에 입각해 상호 견제하는 가운데 균형과 중용의 미(美)를 추구해야 한다. 모든 것이 대선에 지배되면 균형적 대통령제의 장점을 살릴 수 없고 일방적 대통령중심제의 폐해만 되풀이될 것이다. 처절하게 ‘올인’해 대선 승리를 거둬 몇 년간 권력의 단맛을 본 후 1∼2년간 모든 욕을 뒤집어쓴 채 권력누수의 쓴맛을 보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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