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병현, 솔직하게 털어놓은 ‘오해와 진실’

동아일보 입력 2012-04-13 03:00수정 2012-04-1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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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놀다보니 알겠더라,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임을”
13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넥센 김병현은 밝고 솔직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예전의 ‘악동’이 아니었다. 그는 “넥센의 일원으로 동료들과 야구를 하며 소통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아내와 아이를 책임지는 가장답게 멋진 강속구로 부활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1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33·넥센)의 얼굴은 밝았다. 잘 웃고 털털했다. 과거 ‘악동’의 모습은 없었다. 그는 2001년 애리조나의 마무리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영예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마이너리그 강등과 방출의 아픔도 겪었다.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야구장에서 만난 김병현은 자신과 관련한 ‘오해’와 ‘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오해 1=김병현은 ‘악동’이다?

그래. 나는 김병현이다. 한때는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웠다. 주위에선 나를 두고 ‘4차원’이라거나 ‘언론 기피증’이라고 불렀지. 그럴수록 나는 더 꼭꼭 숨었다. 사실은 내 야구가 안 돼서 그랬어. 스무 살 때인 1999년 성균관대를 다니다 미국 프로야구 애리조나에 입단한 탓에 사회를 몰라도 너무 몰랐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2년은 나에게 최고의 시간이었다.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도 꼈지. 하지만 이듬해 상대 타자 배트에 발목을 맞으면서 몸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어. 그 후 내 공이 마음에 들었던 해가 한 번도 없었어. ‘멋지게 성공해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만 조급해졌어. 집에 가면 엉뚱한 상상을 했어. ‘우주의 끝은 어딜까?’ ‘지구는 왜 돌까?’ 혼자서 나만의 ‘작은 방’에 갇혀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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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젠 아냐. 소속 팀이 있고 소중한 가족이 있으니까. 팀 동료와 함께 뛰고 대화하는 게 즐거워졌어. 아내와 아이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게 행복해. 아내와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보다가 함께 눈물을 흘리며 가슴속 응어리가 풀렸어. 아이와 함께 놀면서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임을 깨달았지.

○ 오해 2=일본 프로야구에서 실패?

지난해 라쿠텐에 입단할 때 신인 연봉(1200만 엔·약 1억6900만 원)을 주겠다고 했을 때 그대로 받았어. 화려한 부활을 꿈꾼 게 아니야.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었어. 7월까지 직구가 최고 시속 148km까지 나왔고 평균자책도 2점대로 괜찮았지. 하지만 일본의 야구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어. 그동안 던져온 싱커(직구처럼 날아오다 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공)가 있는데 자기네들 싱커를 배우라고 하더군. 일본은 만화가 발달해서인지 마구(魔球) 같은 싱커를 원하더라. 유니폼을 입고 2군에서 뛰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

○ 오해 3=WBC 여권 분실 사건은 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정말 가고 싶었는데 아쉬웠어. 하와이 전지훈련을 앞두고 제대로 몸을 만들려고 했지. 출국하던 날은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였어. 공항에 도착했는데 친구랑 밥 먹은 식당에 여권이 든 가방을 놓고 온 사실을 알았어. 길이 막히는 시간이어서 택배로 받을 수도 없었지.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에게 “출국을 늦출 수 없느냐”고 했지만 안 된다고 했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내 잘못이어서 “죄송하다. 그러면 못 갈 것 같다”고 했어. 내년에 제3회 WBC가 열리는데 만약 불러준다면 영광이지. 류현진(한화) 윤석민(KIA) 같은 쟁쟁한 선수가 많지만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좋아.

○ 오해 4=관중을 향해 욕한 까닭은?

2003년 보스턴 시절에 선발로 던지다 마무리로 보직이 바뀌었어. 감독은 왼손 타자만 나오면 나 대신 왼손 투수로 바꿨어. 오클랜드와의 플레이오프 때도 내가 투아웃을 잡았는데 투수를 바꾸더군. 바뀐 투수가 실점해 경기에서 졌지. 그리고 홈으로 돌아왔는데 내 소개를 할 때 일부 관중이 야유를 했어. 솔직히 화가 났어. 무심코 미국 사람들이 장난하듯이 중지를 들었는데 그 장면이 대형 전광판에 나온 거야.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많이 혼났어. 욕을 한 건 분명 내 잘못이야. 하지만 내가 끝까지 책임졌던 경기로 비판받았다면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을 거야.

○ 오해 5=월드시리즈 홈런 악몽에 굴복?

난 항상 ‘홈런을 맞으면 다음에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어. 2001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9회 스콧 브로셔스에게 홈런을 맞고 주저앉은 건 팀원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야. 그때 애리조나엔 노장 선수가 많았어. 특히 마이크 모건(53·2002년 은퇴)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8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였어. 나랑 친했고 김치도 즐겼지. 그런 그가 “이번엔 월드시리즈 반지를 받는구나”라고 말하던 모습이 떠올라 주저앉아 버린 거지.

○ 진실=나는 김병현이다!

다시 시작한 야구가 정말 재밌어. 김시진 감독님과 정민태 코치님에게서 중심 이동 등 조언을 받으며 과거의 감각을 되찾고 있어. 투구 폼도 메이저리그 시절에는 중간동작 없이 바로 공을 던졌는데 지금은 글러브를 한 번 치고 던져. 떨어진 유연성과 근력을 보완하기 위해서지. 한현희 등 멋진 후배들을 보면 언젠가 지도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비록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고향으로 왔지만 후회는 없어. 마운드 위의 김병현에게 이렇게 말하곤 해. “똑바로 던져”라고. 난 나니까.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윤승옥 채널A 기자 touch @donga.com
#프로야구#김병현#인터뷰#오해#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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