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최영 판사 첫 출근… 유도블록 설치-음성변환기 지원

法을 만지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판사에 임명된 최영 판사가 손으로 임명장을 어루만지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시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판사에 임용된 최영 판사가 27일 오후 근무처인 서울북부지법 청사로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록을 밟고 들어서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인 최영 판사(32·사법연수원 41기)가 27일 오전 대법원 신임법관 임명식을 마치고 발령지인 서울북부지법에 첫 출근을 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경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청사동에 도착한 최 판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함께 발령받은 이화연 판사(26)와 유남석 서울북부지법원장에게 ‘신임법관 전입인사’를 한 뒤 오후 2시부터 제11민사부(정성태 부장판사) 배석판사로 업무를 개시했다. 제13민사부에서 일하게 된 이 판사는 “최 판사가 연수원 시절에도 워낙 출중한 실력을 보여 훌륭한 판사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창열 서울북부지법 공보판사는 “최 판사를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법원 안팎에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록이 설치됐고, 제11민사부실 맞은편에는 최 판사를 위해 지원실도 마련됐다. 이곳에는 문서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음성변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컴퓨터 3대와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음성변환 프로그램’은 최 판사가 키보드로 커서를 움직이면 커서가 위치한 곳에 있는 문서 제목, 내용을 자동으로 빠르게 읽어준다. 최 판사는 연수원 시절부터 이 프로그램에 익숙해 일반인이 눈으로 읽는 속도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작동한다. 대법원은 3월에 음성 변환이 힘든 도면이나 영상자료, 수기로 작성된 자료를 최 판사에게 설명하고 컴퓨터에 입력 작업을 할 보조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윤성식 대법원 공보관은 최 판사가 서울북부지법에 배치된 것에 대해 “초임 판사들의 일반적인 배치 기준인 임관 성적과 본인 희망, 주거지 등을 고려해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