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영양지원 의견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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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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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데이비스 특별대표 “3차 고위급 대화 다소 전진… 돌파구? 그 정도는 아냐”

데이비스 “김계관은 베테랑이다”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북-미 제3차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24일 오후 숙소인 중국 베이징 웨스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는 북한의 협상 태도와 관련해 “극적인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김계관은 베테랑이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데이비스 “김계관은 베테랑이다”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북-미 제3차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24일 오후 숙소인 중국 베이징 웨스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는 북한의 협상 태도와 관련해 “극적인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김계관은 베테랑이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이틀에 걸친 제3차 고위급 대화에서 핵심 쟁점인 비핵화와 영양 지원 문제에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마무리된 이틀간의 북-미 대화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다소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처음 이뤄진 북한과의 대화가 “진지하고 유용했다”고 말해 비핵화 사전 조치 등을 놓고 큰 틀에서 양자 간에 깊은 대화가 오갔음을 시사했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이날 숙소인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 웨스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과 영변 UEP 문제를 포함한 비핵화와 핵확산 방지, 인도주의적 문제, 인권 등의 문제를 모두 논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에 따라 북-미가 6자회담 재개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사망 직전인 지난해 12월 제3차 북-미 대화를 앞두고 외교가에선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24만 t 규모의 식량 지원을 받는 대가로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 美 “진지하고 유용했다”… 北 새 지도부 대화의지 확인 ▼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북-미 3차 대화는 진공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멈췄던 지난해 12월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재개된 것”이라고 말해 이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양측의 후속 논의가 긍정적으로 전개될 경우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6자회담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떠나는 北대표단 제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을 마친 북한 대표단을 실은 차량이 24일 회의가 열렸던 주중 미국대사관을 빠져나가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떠나는 北대표단 제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을 마친 북한 대표단을 실은 차량이 24일 회의가 열렸던 주중 미국대사관을 빠져나가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북한의 협상 태도와 관련해 “극적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김계관은 베테랑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 사전 조치를 받아들여 6자회담으로 갈 의향을 내비쳤지만 이번 대화에서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결단까지 보여주진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양측은 UEP 중단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검증하는 문제를 놓고 여전히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돌파구가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건 너무 나아간 것 같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워싱턴으로 가져가 현재 우리가 어느 지점에 있으며 어디로 갈 수 있을지를 평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후속 회담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합의는 없다.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회담 직후 언론과의 접촉 없이 곧장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양측은 대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25, 26일 한국과 일본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두 나라 정부에 북-미 대화 결과를 알리고 후속 조치를 협의할 예정이다.

소식통들은 북한의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가진 이번 첫 번째 북-미 접촉이 기대 이상으로 순조롭게 끝났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지도부 교체의 불안정한 권력구도 속에서도 북한의 새 지도부가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진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사후 대외적으로 침묵하던 북한이 두 달 만에 대화 테이블에 나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밝힌 것 자체가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북한이 남한을 소외시키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기조를 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대화 기간 내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띄우기에 노력했다.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3일 베이징에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만나 6자회담 조기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4일에는 데이비스 특별대표와 오찬을 함께했다.

중국 외교부도 23일 “6자회담 조기 재개와 2005년 9·19공동성명을 실현하는 게 (한반도를 둘러싼) 각 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선(先) 비핵화, 후(後) 회담 재개 방침과 달리 6자회담 조기 재개가 필요하다며 북한을 두둔해왔다. 중국 언론들도 한목소리로 6자회담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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