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고국 첫 공은 ‘기부 강속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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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입단식… 연봉 전액 6억2400만원 야구 발전에 쾌척

박찬호(38)가 내년 한화에서 무보수로 뛴다. 그는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한화에서 주기로 한 연봉 4억 원과 옵션 2억 원 등 6억 원을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본보 20일자 A29면 박찬호 통큰 선언…

박찬호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하기 위해 받기로 한 신인 최소 연봉 2400만 원도 유소년 꿈나무를 위해 내놓았다. 연봉과 관련한 모든 갈등 요인을 사회 공헌으로 해결한 셈이다.

그는 “18년 만에 한국에서 뛰게 돼 가슴이 설렌다. 부담 없이 잘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어떤 보직을 맡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분명한 건 투수로 기용될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발언을 통해 복귀 소감을 정리했다.

○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은 만큼 돈에는 연연하지 않았다”(연봉을 전액 구단에 위임한 데 대해)=내 연봉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어떤 선수로 어떻게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했다. 이것은 작은 씨앗일 뿐이다. 한화 구단에서 이 씨앗을 큰 나무로 키워 열매 맺게 해주길 바란다. 연봉 협상을 하고 기부를 결정하면 내 순수한 마음이 퇴색될 것 같았다.

○ “아내가 힘을 줬다”(가족과 무슨 얘기를 나눴냐는 질문에)=아내 박리혜 씨(재일교포)는 ‘연봉을 전액 기부해야 한국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이냐’며 걱정했다. 하지만 좋은 취지임을 알고 적극 찬성했다. 어머니도 ‘어린이에게 교훈을 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 “미국에서 맛본 환희와 좌절이 재산이다”(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느냐고 묻자)=부담보다는 가슴 설렌다. 미국에 진출할 때 가족은 반대했다. 공포와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이를 이겨냈다. 한국에서도 크고 작은 시련이 있겠지만 이겨내겠다. 전례 없이 김태균 한상훈 박정진 등 후배들이 입단식에 와줘서 힘이 난다. 한국 프로야구 문화가 낯설지만 빨리 적응하겠다. 후배 류현진에게 묻고 보고 배우겠다.

○ “허리에 신경 쓰고 있다”(일본에서 당한 다리 햄스트링 부상은 완쾌됐다며)=트레이너가 다리 부상은 허리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이번 달까지는 근력 운동을 하고 내년 초부터 공을 던지기 시작할 거다. 나이가 있는 만큼 시즌 중에도 철저히 관리하겠다.

○ “어디서든 우승이다”(내년 목표에 대해)=필라델피아 시절인 2009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그때의 희열을 한화에서도 느끼고 싶다. 한화가 챔피언이 되는 자리에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게 나에겐 큰 선물이 될 것이다.

○ “홈런 대신 안타만 치라고 했다”(이승엽과의 내년 맞대결에 대해)=이승엽은 한국 야구의 위상을 알린 선수인 만큼 나 역시 기대된다. 승엽이에게 “홈런 치면 홈(집)으로 보낸다”고 농담도 했다. 이승엽은 물론 다른 팀 모든 타자가 경계 대상이다.

○ “61은 책임감을 주는 숫자다”(한화에서 61번을 달게 된 소감을 묻자)=미국 일본에서 항상 등번호 61번을 요구했다. 한화에는 미처 얘기를 하지 못했는데 구단에서 알아서 61번 유니폼을 챙겨줘 고맙다. 이 번호를 양보해준 후배 투수 김경태에게 한턱 쏘겠다.

○ “오렌지색 유니폼은 내 꿈이었다”(언제부터 한화 복귀를 생각했느냐는 질문에)=어렸을 때는 당시 대전 연고 팀이었던 OB(현 두산)를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 중고교 시절에는 한화가 앞으로 내가 가야 할 팀이라고 생각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고국에 대한 향수가 있었고 돌아온다면 당연히 한화에서 뛰겠다고 다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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