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이젠 선박 대신 관광객 노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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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해양경계 강화하자 리조트 습격-납치 잇따라

소말리아 해적들이 국제사회의 해양감시가 강화되자 선박 납치 대신 아프리카 동부 해변 리조트를 급습해 관광객을 납치하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케냐의 유명 휴양지에서 영국인 여성을 납치했던 소말리아 해적이 1일 새벽 또다시 프랑스 여성 1명을 납치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상선 경계가 갈수록 삼엄해지자 해적들이 다소 손쉬운 부유층 관광객들로 납치 목표를 바꾸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건이 일어난 건 이날 오전 3시경 소말리아 국경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케냐의 만다 섬. 7∼10명이 탄 쾌속정 한 대가 방갈로를 습격한 뒤 마리 드디외 씨(66)를 납치해 달아났다. 케냐 해군이 추격에 나서 해상 총격전이 벌였으나 해적들은 도주했다. 만다 섬은 9월 11일 소말리아 해적이 영국인 데이비드 테버트 씨(57)를 살해하고 그의 아내 주디스 씨를 납치한 라무 섬 바로 옆에 있다. 두 섬은 영화배우 주드 로와 시에나 밀러, 캐롤라인 모나코 공주의 별장이 있을 정도로 인기 높은 휴양지다.

영국 가디언은 “부유한 관광객이 많은 데다 상대적으로 안전엔 소홀한 지역이라 해적들에겐 더없는 먹잇감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적들은 특별한 제재 없이 섬까지 왔고, 도망갈 때도 소말리아 해역에 거의 다다라서야 잠깐 제재를 받은 게 전부다.

조지 세이토티 케냐 내무장관은 “소말리아의 친 알카에다 이슬람 무장세력인 ‘샤바브’가 사건의 배후”라고 지목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영향력을 지닌 샤바브가 테러자금 조달을 위해 관광객 납치를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케냐의 해변 휴양지 주변 해역의 경비실태가 부실한 것과 관련해 영국 텔레그래프는 “케냐 군부와 경찰엔 해적과 내통한 부패 세력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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