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시장 불출마]박원순은 누구… 인권변호사 출신 ‘시민운동 선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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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55·희망제작소 상임 이사)가 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양보를 이끌어내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하게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이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박 변호사는 한국 시민운동의 선구자로 야권의 폭넓은 신망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를 ‘소셜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 디자인하고 싶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인으로 나서기엔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으나 안 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선 이번 ‘단일화 이벤트’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경남 창녕 출신인 박 변호사는 이른바 ‘긴급조치 9호 세대’로 1975년 서울대 법대 1학년 재학 시절 유신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투옥돼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2년 검사로 임용됐지만 1년 만에 그만두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이후 권인숙 씨 성고문 사건, 부산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 등의 변론을 맡았다.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하면서 시민운동에 적극 나서게 된다. 2002년엔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를, 2006년에는 희망제작소를 세웠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박 변호사의 지인들은 그가 소탈한 외모와는 달리 대쪽같은 성품에 일 처리가 치밀하다고 평가한다.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만나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친근한 웃음을 갖고 있지만 일에 대한 집중력이 강하고 엄청나게 꼼꼼하다”고 했다.

정치권의 러브 콜을 고사해온 그가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데에는 2009년 국가정보원의 시민단체 탄압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국정원이 박 변호사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에 대한 그의 생각은 지난달 15일 ‘백두대간, 희망을 품다’라는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정치란 자신이 비를 맞고 남에게 비를 맞지 않게 하는 것, 자신이 굶고 남이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하는 것, 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는 직업”이라고 적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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