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안철수 출마땐 새 조직 꾸릴 것”… 제3정치세력 등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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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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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오른쪽)이 지난달 12일 경남 창원시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2011 희망 공감 청춘콘서트’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가운데),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과 함께 대담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오른쪽)이 지난달 12일 경남 창원시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2011 희망 공감 청춘콘서트’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가운데),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과 함께 대담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안철수발 쇼크’가 ‘제3 정치세력 등장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계기로 그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기성 정치권에 혐오를 느꼈거나 대안 정치 세력의 출현을 기다렸던 유권자들의 정치적 수요가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 윤여준의 ‘생활 정치론’이 핵심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원장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 △안 원장 출마 시 예상되는 지지세력의 정치적 성향 △안 원장 주변 핵심 인물들의 구상 등을 고려해 제3 정치세력 등장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있다. 안 원장은 2일 서울 서대문구청과 서울대에서 잇따라 열린 ‘희망콘서트’에서 “(출마한다면)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니다”라며 무소속 출마, 혹은 무소속을 넘은 제3 정치세력화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특히 ‘희망콘서트’ 기획자 중 한 명이며 안 원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고 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2004년 정계은퇴 후 오랫동안 기존 정당과는 다른 ‘생활 정치론’을 연구하고 피력해 왔다는 점을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윤 전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오래전에 잃었고 새 인물에 대한 갈망이 뜨거운 상황에서 안 원장이 출마를 고민했고 제3 정치세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 출마 시 창당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는 창당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기존 정당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 동원될 것이며 이를 위한 실무적 검토도 어느 정도 했다”고 덧붙였다.

남경필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 그룹이 최근까지 주요 사안을 상의할 정도로 범여권의 책사로 불리는 윤 전 장관은 중앙당을 중심으로 각 지역구에서 아날로그식으로 전개하는 선거 운동은 2004년 17대 총선으로 그 효력이 다했고, 이제는 정치 수요자들의 실생활 욕구를 챙겨 이를 비전과 정책으로 바로바로 제시할 수 있는 맞춤형 정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윤 전 장관은 “제3 세력을 위한 창당을 한다고 해서 여의도에 당사를 둔다든지 하는 식은 아니다.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얼마든지 모바일 플랫폼에 정당 조직을 꾸릴 수 있고 효율적으로 국민의 메시지를 파악해 정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e폴리틱스’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치 행태와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벤트형 창당은 지금까지 주로 실패

이른바 ‘안철수 제3 정치세력’의 탄생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은 10·26 서울시장 보선에 이어 내년 4월 총선, 12월 대선 등 대형 정치 이벤트가 연달아 있어 제3 세력이 정치조직화하는 데 필요한 정치동력이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는 “10월 서울시장 선거만 있다면 ‘안철수 정치세력’이 만들어져도 금세 사라지겠지만 내년에 초대형 선거가 잇따라 있어 시장 선거에서 선전한다면 향후 얼마든지 정치세력이 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내부의 권력 투쟁에 따른 세력 분화 과정에서 ‘안철수당’이 ‘헤쳐 모여’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1인의 정치적 개인기에 의존한 정치세력화와 창당이 대부분 실패로 끝난 점을 들어 제3 정치세력화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19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 이인제 후보가 당내 경선 결과에 불복하며 탈당해 국민신당을 창당했으나 10개월 만에 문을 닫았고, 2002년 대선을 앞두고는 당시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국민통합21을 창당했지만 1년 10개월 만에 해산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002년 당시 이회창 총재의 제왕적 당 운영을 비판하며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으나 6개월 만에 한나라당과 다시 합당한 적도 있다.

아직 안 원장 주변에 윤 전 장관과 ‘시골의사’ 박경철 씨 외에 누가 있는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정치세력화를 위한 최소한의 ‘국민적 검증’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거품’도 발견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4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안철수 교수는 과기부(교육과학기술부) 장관감으로는 검증되었다. 그러나 서울시장감인지에 대해서는 안의 친구들이 누구인지, 이들과 무엇을 하려는지를 놓고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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