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다가오는데…]4대강 공사현장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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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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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막이 유실-단수 피해 더 없게… 이른 장마 예보에 초비상

영산강 승촌보 막바지 공사 ‘4대강 살리기’ 공사가 진행 중인 전남 나주시 노안면의 영산강 승촌보 공사 현장. 환경단체들은 이 공사 현장 주변의 ‘역행침식’으로 장마 시 홍수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나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영산강 승촌보 막바지 공사 ‘4대강 살리기’ 공사가 진행 중인 전남 나주시 노안면의 영산강 승촌보 공사 현장. 환경단체들은 이 공사 현장 주변의 ‘역행침식’으로 장마 시 홍수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나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7일 오후 경기 여주군 여주읍 한강 살리기 사업 강천보 건설 현장. 제일 먼저 보 기둥 9개가 눈에 들어 왔다. 얼마 전까지 콘크리트 구조물만 있었던 기둥에는 이제 일부 수문까지 설치돼 당장 가동해도 이상이 없어 보였다. 강 절반을 차지한 임시물막이 안쪽에서는 막바지 수문 조립 작업이 한창이다. 임시물막이 때문에 강폭이 좁아진 데다 보 위쪽과 아래쪽 높이 차이로 강물이 마치 폭포수처럼 빠르게 흘러내렸다. 강천보 전체 공정은 84.6%. 보와 준설공사 공정은 각각 92%와 99%. 한국수자원공사(수공)는 여름 장마를 앞두고 ‘강안 공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인력 및 장비를 풀가동하고 있다.

○ 장마 앞두고 긴장 ‘최고조’

강천보 현장에서는 지난달 1일 82.6mm의 비가 내리면서 임시물막이 일부가 쓸려 내려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임시물막이는 초당 828t의 강물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당시 초당 1000t의 물이 내려오면서 일부가 터진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임시물막이 높이를 2m가량 높이고 공사용 가설교 폭을 80m에서 120m로 확장했다. 그러나 임시물막이가 하루에 수백 mm씩 내리는 집중호우를 버티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강천보건설단은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 강안에서 진행되는 공사를 모두 마무리 짓고 임시물막이 등을 철거할 예정이다.

같은 날 낙동강 하류 쪽인 경남 합천군 삼학리와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 사이 328m를 잇는 낙동강 20공구 합천보 공사 현장 일대.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각종 장비 120여 대와 인부 320여 명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20일까지 모든 구조물 공사를 마치고 곧바로 가물막이 해체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더욱 속도를 내고 있었다. 현재 합천보 설치 공정은 94%다.

○ “또 사고가 나면….”

보 및 준설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한 번 사고를 당한 지역 주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5일 경북 구미시 해평면 구미광역취수장에는 구미시민들이 찾았다. 이들은 지난달 이곳에서 취수를 위해 막아 둔 임시 물막이가 무너지면서 4일 동안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

시민들은 이날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장마철을 앞두고 취수장과 보 공사 현장을 점검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이들은 “낙동강 사업으로 강바닥 퇴적토를 퍼내 작은 비에도 강물이 빨리 흘렀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사전에 치밀하게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7. 8월 장마철에 보가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 구간 가운데 하나인 광주 남구 승촌보 공사 현장 근처 주민들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올 4월 12일 100mm의 비가 내리면서 광주 서구 서창교 앞 임시물막이 공사 현장에 매설된 수도관이 강물에 휩쓸려 근처 95가구가 단수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50년째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박월태 씨(73)는 “장마철에 혹시라도 물이 넘쳐 마을을 덮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 이른 장마로 비상 걸려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고 집중호우가 잦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시기도 열흘가량 빨라져 10일부터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강안 공사 마무리 기한을 감안하면 각종 구조물이 유실될 조짐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수공과 시공사들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도 초비상 상태다. 경북도 김성현 낙동강사업팀장은 “강수량에 따른 물 흐름을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강천 이포 여주보 등 한강 살리기 사업장의 수해방지를 위해 여주군 한강홍수통제소 수공을 연결하는 직통전화를 유지하고 31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다. 금강살리기 행복지구1공구 사업단 측은 강으로 빗물이 흘러드는 배수문 16곳의 담당자를 지정해 상황에 따라 개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여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구미=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합천=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4대강 감사, 정부 요청으로 미뤘다 ▼
정부 “수해대비 작업 차질”… 감사원 하반기로 연기


감사원이 2011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4대강 사업’ 감사를 하반기로 미룬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사업 추진 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던 4대강 감사 계획이 줄줄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8일 “최근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측이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감사를 미뤄달라고 감사원에 요청해 관철시켰다”고 전했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측은 “감사가 한번 시작되면 한 달 정도 현장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감사에 매달려야 한다”며 여름철 집중호우 등을 앞두고 감사를 받는 것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월 첫 4대강 사업 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2012년까지 사업 시행 단계별로 매년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결과가 발표된 첫 감사는 4대강 사업의 세부계획 수립과 사업 발주, 설계의 적정성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올해는 주요 시설물의 품질 관리 및 사업 추진 실태, 내년에는 연계사업의 추진 실태 및 수질 점검 등을 중심으로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감사원 측은 “수해 대비가 우선이라는 4대강 추진본부 측의 설명에 일리가 있는 데다 현재 감사원 인력이 교육과 방위산업 분야 감사에 대거 투입된 상태인 점, 최근 국무총리실과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에서 자체적으로 4대강 감사를 벌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연기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총리실과 관계 부처에서 진행한 자체 감사는 최근 낙동강 상주보의 가물막이 유실 등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한 데 따라 이뤄진 현장 안전점검 작업으로 확인됐다.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감사 연기 요청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서 “4대강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여름 수해에 대비한 작업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보 건설-준설공사 90% 이상 진행…” ▼
까다로운 작업 끝나 목표달성 가능

연내 준공을 목표로 하는 4대강 본류사업의 공사 진척도는 2일 현재 80% 수준이다. 수치만 보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정은 다르다. 핵심 사업인 보 건설과 준설 작업이 거의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 따르면 2일 현재 4대강 본류사업은 80.2% 진척됐다. 전체 사업(본류+지류·댐사업)까지 포함하면 진척도는 71.8%로 좀 더 낮아진다. 강별로는 영산강이 가장 앞서 본류 사업의 진척도가 86.4%에 이른다. 반면 경남도의 반발이 심한 낙동강 본류사업은 78.0%로 가장 뒤처졌다.

이에 대해 추진본부는 “보 건설이나 준설 등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공사가 까다로운 작업이 마무리 단계여서 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보 건설은 94%, 준설은 92%가 각각 진행됐고, 이달 말이면 모두 끝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시험가동과 함께 생태하천, 자전거도로 등과 같은 주변환경 조성공사가 진행된다. 계획대로라면 낙동강을 제외한 한강, 금강, 영산강의 사업은 10월이면 모든 공사가 마무리돼 일반에 공개된다. 낙동강의 준공 시기는 12월로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전체 사업은 2012년 말 준공 예정인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170여 개 사업이 4년 만에 끝나는 셈이다. 그만큼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이에 따른 인명 피해도 적잖다. 자유선진당이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대강 공사현장에서 모두 19명이 목숨을 잃었고, 관련 사고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30명이나 됐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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