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모습으로 분장 뒤 타인이 촬영 집단 속 개인 정체성 다룬 니키 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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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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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머니들 속에 작가가 있다고?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니키 리 씨의 작품에는 늘 작가가 등장한다. 할머니들과 함께한 사진 중 왼쪽에서 세 번째가 작가. 원앤제이갤러리 제공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니키 리 씨의 작품에는 늘 작가가 등장한다. 할머니들과 함께한 사진 중 왼쪽에서 세 번째가 작가. 원앤제이갤러리 제공
전시장에는 힙합 스타일의 흑인 여성, 영국의 펑크족, 미국의 할머니 등을 찍어 확대한 스냅사진이 걸려 있다. 모든 사진에 작가가 등장하지만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분장과 의상은 물론이고 표정과 행동거지 등 내면과 외양이 주변 사람들과 철저히 동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사진들은 사진가 니키 리(이승희·41) 씨의 ‘프로젝트’ 시리즈다. 작가는 1997년부터 다양한 정체성이란 ‘옷’을 스스로 덧입고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어울린 뒤 그 모습을 친구나 행인에게 부탁해 사진으로 남겼다. 사람들이 신봉하는 개인의 정체성이 시간과 공간,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일깨우며 주목받은 작업이다.

‘프로젝트’가 개인과 사회적 집단 사이의 정체성 문제를 다뤘다면 신작 ‘Layers’ 시리즈는 다른 측면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파고든다. 로마, 방콕, 마드리드 등 길거리 화가들이 그린 작가의 초상화를 지역별로 겹쳐놓고 촬영한 이미지다. 문화권에 따라 동일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연한 연인들이 그러하듯 남녀가 친밀하게 찍은 사진에서 남자 모습만 칼로 잘라낸 ‘Parts’ 시리즈도 선보였다. 남녀관계로 관심을 이동한 작업으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전시는 6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원앤제이갤러리. 02-745-164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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