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19 사죄’ 어떻게 볼 것인가]“진정성 결여된 51년만의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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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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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영령들 결코 용서안할것”

안승근 4·19혁명 유공자 용인대 객원교수
안승근 4·19혁명 유공자 용인대 객원교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 씨와 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가 부정선거에 항거하다 경찰의 총탄에 맞아 숨진 학생들의 묘역을 1960년 4·19혁명 이후 51년 만에 처음으로 참배하고 희생된 학생과 유족들에게 사죄하는 성명을 발표한다고 한다. 양자 이 씨는 “이 전 대통령이 4·19혁명 희생자에 대해 애도하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는 걸 유족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토를 달았다.

기념사업회는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고 이 나라를 암흑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던 독재자의 죄악상을 접어둔 채 건국과 반공의 치적만을 내세워 “이승만 동상을 광화문에 건립하자”면서 전 국무총리와 전 국회의장 등 각계 저명인사를 거명한 광고를 일부 신문에 내고, 이승만 동상 건립이 대한민국 지식인의 합의인 양 호도하고, 건립기금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4·19혁명 당시 독재집단의 하수인들이 최후의 발악으로 자유, 정의, 민주를 부르짖는 학생과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눠 186명이 경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고 3800여 명이 부상했다. 이승만 동상을 광화문에 세우자는 숭모사업은 독재의 총탄 앞에 무참히 쓰러진 수많은 4·19혁명 희생자의 피의 대가로 이룩한 혁명 역사를 뒤엎는 망령된 발상으로 민주주의 정통성에 대한 모독이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다.

독재자 이승만의 공로만을 내세우면서 광화문에 동상을 건립하자는 망령된 주장은 소위 ‘수구꼴통’들로부터 움트기 시작했고, 이에 힘입어 양자 이 씨와 기념사업회가 51년 만에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사죄하는 제스처로 이 전 대통령의 치적을 합리화하고 동상 건립에 4·19 관계자들의 동의를 얻고자 하는 전략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스탈린의 동상을 모스크바에, 중국 천하를 통일한 마오쩌둥의 동상을 톈안먼 광장에,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의 동상을 부쿠레슈티에 세우자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것은 인명을 무참히 살상하고 짓밟은 역사 앞의 죄인인 독재자들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독재자의 동상이 유일하게 서 있는 곳은 평양 만수대의 김일성 동상뿐이다. 이것도 언제까지 세워져 있을지 의문이다.

4·19혁명은 맨주먹 학생들이 강압적인 독재정권을 타도하는 데 성공한 한국 역사상 최초의 학생 민중혁명이다. 오늘과 같은 민주화 국가 건설의 뒤안길에는 수많은 민주투사의 희생이 있었고, 그 요원한 불길은 4·19혁명정신으로부터 이어졌다.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돼 있다. 3·1운동과 4·19혁명정신이 우리나라 건국헌법 정신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올해는 4·19혁명 역사가 후반세기로 출발하는 첫해다. 정부는 독재와 군사파쇼 잔재들의 등장을 봉쇄하기 위해, 그리고 4·19혁명 역사를 후세에 영원히 기리기 위해서도 4·19혁명을 거국적으로 기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4·19혁명이 있었기에 세계 역사상 가장 빠르게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룩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었고, 오늘날 자유와 풍요를 만끽하게 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자유와 정의, 민주를 위해 투쟁해온 살아있는 4·19혁명 주역들과 민주화 투쟁 세력들은 기념사업회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숭고한 4·19혁명정신을 훼손하는 것을 더는 방관만 하지 않을 것이며, 51년 만에 4·19묘지의 영령들에게 진정성 없는 참배와 사죄를 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안승근 4·19혁명 유공자 용인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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