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74년 살았는데…지옥 그 자체”

. 입력 2011-03-13 14:42수정 2015-05-1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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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라키현 박옥희 할머니 "이렇게 죽는구나!"
방사능 누출 우려에 마스크 쓰고 다녀
"일본에 건너와 74년을 살았지만 이런 지진은 처음이야. 지옥이 따로 없어."

일본열도를 뒤흔든 초강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13일 오후 이바라키(茨城)현 미토(水戶)시에 사는 박옥희 할머니(85)와 가까스로 전화 연결이 이뤄졌다.

지진 직접 피해를 본 이 지역의 통신이 대부분 두절된 가운데 박 할머니가 소지한 명성전기주식회사의 구식 휴대전화 라인이 예외적으로 살아남아 있는 것.

박 할머니는 "여기서는 내 전화만 터져"라면서 "휴~" 하고 길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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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때 부모를 따라 일본에 건너와 20년 전 미토시에 정착한 박 할머니는 "일본에 살면서 크고 작은 지진이 많이도 일어났지만 이번처럼 큰 지진을 직접 당해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은 여진이 잦아들었지만, 기둥을 잡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간간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어제까지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지진이 심해 사람들이 집 밖에는 나돌아다니지 못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박 할머니는 "건물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 나다닐 수가 없고, 전기가 끊어져 밤이면 암흑천지이고 물도 나오지 않아 난리가 아니다"면서 "이게 뭔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시에서 비축해 놓은 식량과 물을 먹으면서 지내는 데 언제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다"며 "식료품 가게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그나마 문을 연 곳도 먹을 게 하나도 없어 큰일이다"고 걱정했다.

11일 지진 당시의 상황에 대해 박 할머니는 "땅이 엄청나게 흔들려 방바닥에 내동이쳐지듯 쓰러졌고 벽에 걸린 것은 모두 다 떨어졌다"면서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악몽을 되새겼다.

박 할머니는 더 이상 말을 잇기가 어려운 듯 둘째 아들 김정출 씨(65)에게 전화를 넘겼다. 김 씨는 그는 홋카이도대 의과대학을 나와 현재 시가 운영하는 미노리병원의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시 산하 양로원 30개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이 곳은 인명피해가 없어 병원에 환자가 많지 않지만 건물붕괴 때 머리를 맞아 찢어진 응급환자 몇 명이 치료를 받고 갔다"며 "입원 환자 111명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심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또 "양로원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높은 지대의 한 양로원에 모아 보호하고 있다"며 "전기가 끊겨 난방이 되지 않는 관계로 이분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 직후 이바라키현의 원자력 발전소 11기는 자동으로 정지했는데 혹시 방사선 누출이 됐을지 몰라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바라키현 미토시에는 30만 명 중 한인 5000여 명이 살고 있으며, 현재까지 한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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