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흡연 ‘청소년 골초’가 늘고 있다]<上>더 일찍… 더 많이… 어려지는 흡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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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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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흡연 남고생 4년새 1.8배… ‘첫 경험’ 초등때 40%-中 51%

《 국내 흡연율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더구나 매일 담배를 피우는 ‘골초’ 학생은 증가 일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등 정책을 펴려고 하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아 아직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청소년 흡연율 증가를 막고 금연정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금연 시리즈를 2회에 걸쳐 싣는다. 》
○ 골초 학생 급증

5년 동안 매일 담배를 피우던 김모 군(17)은 최근 발가락 끝이 파랗게 변해 병원을 찾았다. 40대 흡연자들이 자주 걸리는 버거병이었다. 의료진은 김 군에게 “담배를 끊지 않으면 말초혈관이 막혀 발가락을 하나씩 잘라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버거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든 비용은 30억 원이 넘었다.

한국 청소년의 흡연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달 발표한 청소년 흡연율 자료에 따르면 매일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은 2005년 3.9%에서 지난해 6.7%로 늘었다. 특히 매일 흡연하는 남자 고등학생은 2005년 5.3%에서 지난해 9.6%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담배를 피우는 나이도 낮아지고 있다. 복지부가 올해 상반기 흡연실태를 조사한 결과 20∼29세 흡연자의 최초 흡연 연령은 남성이 평균 18.3세, 여성이 16.5세였다. 그런데 10대 흡연자의 최초 흡연 연령은 이보다 더 낮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나 재학 시절 담배를 처음 피웠다고 응답한 비율이 40%, 중학교 때가 51.5%였다. 고교 시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응답은 8.9%에 불과했다.

○ 담배 광고판의 유혹

‘골초’ 청소년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청소년들이 담배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 16일 밤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G편의점 계산대 앞과 뒤에 설치된 담배를 선전하는 패널 불빛이 50m 밖에서도 보였다. 한국과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설치한 광고판이었다. 들어가 보니 박하향이 나는 담배에 대한 선전물을 담은 가로세로 40cm 안팎의 광고판이 6개나 보였다. 직원들은 “광고물을 가게 안에다 걸어도 초등학생들이 보고 ‘열라 짱’이라며 호응한다”면서 “특히 계산대 앞에 낮게 설치된 광고판을 보고 ‘눈높이에 맞아 최고’라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담배 구입처는 주로 동네슈퍼(39%)와 편의점(17%)이었다. 흡연 학생 중 46%는 ‘담배 구입이 어렵지 않다’고 했으며 23.3%만 ‘담배 구입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 틈새를 파고드는 마케팅

담배회사들은 담배에 대한 직접 광고가 제한되자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판매점에다 광고를 쏟아 붓고 있다. 올 8월 미국 소아과학회지에 실린 자료에 따르면 세계 굴지의 담배회사들은 최근 광고비용의 90%를 담배판매점에 썼다.

담배회사들은 잠재고객인 청소년 비흡연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사회공헌을 활용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건강증진법은 담배회사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후원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담배회사들은 스포츠단 창단이나 복지재단 설립을 통해 규제의 망을 빠져나간다.

2007년 보건사회연구 조사 결과 흡연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5조6400억 원. 맹광호 대한금연학회장은 “청소년 흡연율 증가와 물가 등을 감안할 때 흡연 비용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짓는 비용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소년이 담배에 노출되는 환경을 줄이고 담배회사의 틈새 마케팅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은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일부 선진국은 판매점 안의 금연 포스터 설치를 의무화했다”며 “한국도 담배회사의 교묘한 마케팅을 막기 위해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2012년 담배규제기본협약 총회 유치 유력… 담뱃값 인상-금연법안 탄력 받을듯 ▼

한국이 2012년에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5차 당사국 총회 유치를 공식 신청했다.

보건복지부는 “15일부터 20일까지 우루과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FCTC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만 제5차 총회 유치를 공식 신청했다”고 17일 밝혔다.

FCTC는 WHO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최초로 공포한 조약으로 담배 공급 및 수요를 줄이기 위한 가격과 비가격 정책 등 강력한 금연정책을 규정하고 있으며 조약 비준국은 이행 정도를 총회에 보고해야 한다.

한국이 총회를 유치하면 서태평양지역 40여 FCTC 비준국 중 처음으로 총회를 개최하는 국가가 된다.

복지부는 유치가 확정되면 국내 담뱃값 인상과 비가격 규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비가격 금연정책 관련 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담뱃값 인상도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공중이용시설에서의 전면 금연과 흡연 경고 그림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17개가 계류돼 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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