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전영록의 OST] 내가 경험한 여름피서의 추억…그리고 ‘블론디’와 ‘코요테 어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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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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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미녀가 뉴욕 맨해튼의 스탠드바에서 펼치는 젊음의 사랑과 축제를 다룬 영화 `코요테 어글리`제작자 브룩하이머의 최초 성공작이다.
다섯 명의 미녀가 뉴욕 맨해튼의 스탠드바에서 펼치는 젊음의 사랑과 축제를 다룬 영화 `코요테 어글리`제작자 브룩하이머의 최초 성공작이다.

2010년 여름도 찜통더위로 기억될 듯싶다.

여름의 낭만이란 무엇보다 '피서'가 아닐까? 매년 이맘때면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연인과 함께 뜨거운 태양을 피해 바다로, 산으로 내달리기 마련이다. 사실 피서란 더위를 피한다기 보다는 태양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연례행사가 아닐까? 사무실에 앉아 있어봐야 더위를 느끼기 어려운 시대니 말이다.

여름 피서지에서 절대 빠지면 아니 되는 것이 바로 '가락'과 '장단'이다. 즉 음악이라는 요물이다. 한여름 밤 바닷가에서 거칠고 신나게 불러보는 음악이 있기에, 비로소 낭만이 있고, 추억이 생기는 것이고, 행복과 기쁨이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찍이 악성 베토벤은 "음악은 지식이나 철학보다 더 큰 깨달음을 건넨다"고 일갈하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이 음악은 많은 사람들을 한데 모여 놀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필자가 가요계에 막 데뷔했을 즈음이던 1973년 여름. 친구인 '성배'와 함께 동해바다로 피서를 갔다 생긴 추억 한 토막이다.

■ "음악은 지식이나 철학보다 더 큰 깨달음을 건넨다"

태양이 산등성을 넘어가 제법 선선해진 여름 저녁의 바닷가에서 우리는 통기타를 들고 연습 삼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날따라 많은 연인들이 두런두런 우리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만일 그런 상황에서 노래를 멈추고 피해버린다면 그 사람은 '가수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해변가의 연인들이 오순도순 앉아 인기가요를 감상하는 모습을 절대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두 시간 가까이 꼼짝도 못하고 '뮤직박스'가 되고 말았다.

당시 동해바닷가에서 불렀던 노래가 아직도 생각난다. 당대 최고의 인기듀오 '4월과 5월'(백순진, 김태풍)'의 히트곡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바다의 여인' '욕심 없는 마음' '화' 그리고 '딩동댕 지난 여름'…. 지금도 여름이 되면 가끔 흥얼거리는 노래들이다.

곡과 가사를 썼던 '백순진' 선배는 이제는 아주 가까운 지인으로 아낌없는 충고를 많이 해주고 계시다. 게다가 백 선배는 같은 대학선배이기도 해서 '화' '딩동댕 지난여름'을 위해 지난 2008년 헌정노래를 선사하기도 했다.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딩동댕 지난 여름' 덕분에 그날 모 여대생 세 분과 안면을 트게 됐다. 무언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크게 기대를 했던 절친 '성배'와 나는 그 세 친구와 함께 포장마차에서 야식을 즐기며 겨우 파트너를 정하게 되었다. 문제는 짝이 없는 한 여대생이었는데, 결과만 설명하면 그녀의 '고춧가루'로 완전히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물론 그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의 '고춧가루'란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 아닐까?

포크듀엣 '4월과5월' 멤버...그룹사운드 들개들 멤버와 함께. 앞에 가로로 누운 이가 백순진, 세 번째가 이수만 씨
포크듀엣 '4월과5월' 멤버...그룹사운드 들개들 멤버와 함께. 앞에 가로로 누운 이가 백순진, 세 번째가 이수만 씨


■ 내 청춘 최고의 여름 추억은, 동해바다 '고춧가루녀'

다음날 저녁, 그 친구의 분노를 잠재울 겸 필자와 친구는 이른바 '소주'와 '막걸리'를 섞어가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까지도 좋았는데, 그만 거품을 물고 쓰러진 쪽은 그녀가 아닌 우리 두 남정네였던 것이다. 결국 이리도 허무하게 20대 초반 풋풋한 여름밤의 추억은 끝이 나고 말았다

그런데 인생이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약 7년 뒤, 내 친구는 군에서 중위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 군인 커뮤니티에서 오래 전 '고춧가루' 여대생을 마주친 것이다. 알고 보니 아주 가까운 상관의 '안 사람'이 되었다는 아찔한 소식. 물론 그 인연으로 우리는 다시 재회하여 옛 추억을 아주 즐겁고도 유쾌하게 회상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인연과 행복의 출발이 '노래'라고 결론 내린다면 무리수이겠지만, 음악을 사랑한다면 마음은 항상 부자가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행복할 수 있기에 부자인 것이다. 음악은 누구라도 사랑스럽고 섹시하게 만들고, 평범함을 넘어선 영웅으로 만들기도 한다.

영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극적 반전에 음악이 빠진다면 과연 엔돌핀이 돌게 할 수 있을까?

세계 영화계에서 '음악영화'로 대박을 친 사나이가 몇 있다. 아니 전 세계에서 '블록버스터'라는 장르에서 가장 많이 제작하고, 또 가장 많은 히트작을 제조한 사나이가 있다. 물론 돈도 많이 벌었을 것이다.

바로 '제리 브룩하이머'란 영화제작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손대는 작품마다 최고의 흥행작으로 거듭나는 재주를 지녔는데, 우리가 언뜻 기억하는 영화만 해도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아마겟돈', 숀 코넬리와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더 록', 역시 니콜라스 케이지의 '콘 에어', 그리고 시리즈물로 사상 초유의 흥행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한 조니뎁 주연의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 등이다.

헐리우드의 큰 손인 그가 생애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가 음악영화라는 사실을 혹시 알고 있는가? 다름 아닌 '코요테 어글리'(Coyote Ugly)라는 영화다. 사실 내용보다는 제목이 더 유명한 영화다.

2000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데이빗 맥널리가 메가폰을 잡고, 여주인공 바이올렛 역에는 신데렐라로 떠오르던 파이퍼 페라보가 캐스팅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싱어 송 라이터가 꿈인 바이올렛은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뉴욕을 떠나 자신이 만든 '데모 테이프'를 들고, 음반사를 찾아다니지만 모두 헛수고로 끝이 난다. 가져온 돈도 바닥이 났고 앞날이 막막해진 바이올렛은 천신만고 끝에 미녀 바텐더들의 섹시한 춤과 화끈한 쇼로 유명한 '코요테 어글리'란 바에 일자리를 얻는다.

그리고 남자친구 케빈을 만나면서, 그의 각별한 애정과 보살핌 속에, 작곡가로서의 꿈을 불태운다. 그러나 무대 공포증이 있는 바이올렛은 무대에만 올라서면 온 몸이 얼어버려 번번이 오디션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데…

미국 뉴욕 출신의 밴드 ‘블론디’.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뉴욕 출신의 밴드 ‘블론디’.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엔돌핀 팍팍 솟는 바로 그 영화 '코요테 어글리'

그야말로 완벽하고 힘이 넘치고 리드미컬하고 마지막으로 섹시미까지 더해진 전형적인 '제리 브룩하이머'표 음악영화다.

이 영화 속에는 무려 34곡의 베스트 넘버가 수록이 되어 있는데, 오늘 전해드릴 곡은 지난 번에도 짧게 언급한 '블론디(Blondie)'의 'One Way or another'이다.

이 곡은 바이올렛이 '코요테 어글리'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부르는 노래다. 그냥 보기에는 시끄럽고, 난장판처럼 보이는 어수선한, 요란한 술집처럼 보이는 그런 곳이지만, 원래는 질서정연하고, 주인인 릴이 정한 엄격한 규율이 있는 장소이다.

이런 '코요테 어글리'에 처음으로 극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데 바이올렛의 뛰어난 순발력으로 위기 순간을 모면하게 된다. 이 때 그녀가 불러주던 노래가 바로 '블론디 (Blondie)'의 '디보라 해리'의 'One Way or another'이다.

필자가 DJ를 보던 당시에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이기도 하다. 문제는 제목을 모르시던 청취자들이 "저기, 블론디의 '미쳐' 틀어주세요"라고 전화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왜 이 제목을 '미쳐'로 기억하고 있었을까?

이곡의 가사 가운데 "언젠간, 어떻게든, 당신을 만날 거야, 만날 거야…"라는 대목이 있다.

"One Way or another~I'm gonna see ya~
I'm gonna meet ya, meet ya, meet ya, meet ya Oneday…"

'너를 만날 거야'란 대목의 meet ya, meet ya 란 가사가 우리말 '미쳐, 미쳐!'로 들린 것이다.

국내에서 그야말로 많은 이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록의 대표곡으로 여름에 들으면 더욱 시원해질 노래이기도 하다.

원래 필자는 땀이 많은 편이다. 한 겨울에도 노래 몇 곡 하다보면 땀투성이로 변하곤 한다. 그런데 폭염 속에서 노래를 어떻게 해왔을까? 그렇다! 통기타 하나 들고, 강원도 깊은 산 속 개울가에 앉아서 이 노랠 부르는 거다.

"딩동댕~ 딩동댕~ 어히~ 어허허이~"

전영록 /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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