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폭탄 지방공기업]<下>‘돈 먹는 하마’ 전락한 지방 관광공사-개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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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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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무리해 짓다 부채비율 567%… ‘雲上樓閣’

강원 태백시가 폐광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2005년 시작한 오투리조트 사업은 연간 이자만 70억 원에 이르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태백시가 51%를 출자해 2001년 세운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이 사업으로만 1460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사진 제공 태백관광개발공사
강원 태백시가 폐광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2005년 시작한 오투리조트 사업은 연간 이자만 70억 원에 이르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태백시가 51%를 출자해 2001년 세운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이 사업으로만 1460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사진 제공 태백관광개발공사
“광산들이 폐광되면서 새로운 산업이 필요했는데 어차피 기업을 유치하기는 힘든 여건이라 관광산업을 키워보려고 했던 거죠. 여름에도 날씨가 상쾌한 편이고, 겨울에는 눈도 많이 오니까 다른 지역보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원 태백시 관계자는 산하 공기업인 태백관광개발공사의 부실한 재정 상태를 설명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2001년 폐광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설립된 태백관광개발공사는 핵심 사업이었던 오투리조트 사업이 실패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 3337억 원, 부채비율 567.1%를 기록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나쁘다. 태백시의 올해 예산은 2300억 원이다.

이 관계자는 “돈을 벌어줄 거라고 생각해 만든 공기업이 빚만 안긴 꼴”이라며 “폐광으로 가라앉은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너무 무리한 시도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빚만 키우는 지방 관광공사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설립한 관광 관련 공기업 가운데 일부는 돈을 벌기는커녕 부채만 키우고 있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오투리조트에서만 1460억 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 연간 이자 비용만으로도 70억 원을 써야 한다. 지난해 오투리조트는 250억 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도 160억 원 이상 영업적자가 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올해 금리인상이 계속되면 이자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태백시의 위기는 2006년 6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 시의 파산 사태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폐광촌이었던 유바리 시는 대규모 관광산업단지를 조성하다 빚더미에 앉았고 결국 파산을 선언했다. 당시 유바리 시의 누적 적자는 630억 엔(약 8685억 원)으로 2005년 시 전체 예산인 45억 엔의 14배나 됐다.

오투리조트가 실패한 이유 역시 태백시의 무리한 사업 전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총 3400억 원을 들여 사업을 진행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골프장 회원권과 콘도 분양권이 거의 판매되지 않았다. 당초 태백시가 목표로 했던 판매금액은 2000억 원이었지만 현재까지 판매한 금액은 720억 원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오투리조트를 민간에 팔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오투리조트에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는 없다. 태백시 관계자는 “지금 당장이라도 리조트를 매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유명 관광지도 아니고 계속해서 적자를 내고 있는 리조트에 누가 관심을 갖겠느냐”며 “리조트에 관심 있다는 문의전화가 아직까지 한 통도 없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는 부채 규모와 비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94억 원과 188%로 태백관광개발공사보다는 형편이 낫다. 그러나 제주관광공사 역시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설립 목표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제주도는 제주관광공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 200만 명을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이 회사는 아직까지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관련된 마케팅 사업을 단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올해 3월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이 회사를 상대로 진행한 종합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 설립된 지 2년밖에 안 됐는데도 직원들에게 과도한 해외 여행비와 가족수당을 지급하는 등 기존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따라하는 행태를 보여 역시 제주도감사위원회의 지적을 받았다.

○ 숨겨진 부실, 지방개발공사

평균 부채비율 347.1%로 지하철(32.2%), 지방공단(42.8%), 기타 공사(64.2%)보다 재정상태가 훨씬 심각한 각 지방 도시개발공사의 경우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부실한 회사가 많다.

경남개발공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부채는 6797억 원이었고 부채비율은 441%에 이른다.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게 된 것은 혁신도시와 경제자유구역 조성 사업 때문이다. 경남개발공사는 남가람 혁신도시 조성 사업에 1700억 원을 투자했다. 또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남문지구 조성에도 1000억 원 정도를 썼다. 그러나 혁신도시로 옮겨올 기관들의 이전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경제자유구역에는 입주하려는 기업이 예상보다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개발공사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해 국방품질연구원, 세라믹연구원 등 총 20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올 계획이었지만 구체적인 이전 계획과 시기가 안 나오면서 혁신도시 개발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사실상 중단돼 있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은 분양률이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회사 측은 지속적으로 분양을 할 계획이지만 분양률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남황우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지방 공기업들의 무리한 개발사업을 막으려면 정부 차원에서 지방 공기업의 재정 운용과 관련된 구체적인 지표를 정해주고, 일부 사업 내용이나 추진 방식에 한해서만 지자체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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