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광형]서울대 법인화에 드리는 조언

동아일보 입력 2010-07-22 03:00수정 2010-07-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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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인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서울대에 자율성을 주어 세계로 나가게 하려는 취지가 기대를 모으고 다른 대학의 법인화 모델이 될 것이라 더욱 중요해 보인다. 법인화가 되면 이미 법인 형태인 KAIST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리라 예상한다. 제3자로서 법안에 대하여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이사 승인-총장 평가 정부입김 우려

첫째,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 구성을 보면 자율성이 크게 부족해 보인다. 총 15명 이내의 이사 중에 총장, 부총장, 정부와 평의회에서 파견하는 6명이 당연직 이사가 되고 9명이 임기 2년의 선임직 이사가 된다. 선임직 이사의 취임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다. 2년짜리 이사를 그때마다 장관이 승인하는 상황이라면 이사회가 교과부 장관의 영향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

모두 알다시피 장관의 평균 수명은 2년 이내다. 평소에 서울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던 장관이 학교를 위해 좋은 판단을 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이사의 임기는 최소 5년 이상으로 하고 장관의 승인 없이 취임하게 하여 장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진정으로 학교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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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사의 수는 15명에서 3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규모가 작은 KAIST도 이사회가 20명이다. 수가 적으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15명밖에 안 되는 이사회를 설득하여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는 쉽다. 특히 기업체와 공공기관에 몸을 담은 이사는 정부의 압력에 매우 쉽게 움직인다.

둘째, 총장의 임기를 늘려야 한다.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미국의 일류대학은 10년 또는 20년 이상 재임하며 대학을 일관성 있게 이끈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좋은 예다. 대학에서 어떤 정책이 뿌리 내리고 효과를 내려면 최소한 한 사이클이 돌아야 한다. 대학 4년, 석사 2년, 박사 4년을 합하면 10년이 한 사이클이 된다.

총장의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첫 임기 뒤에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자동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첫 임기를 마치기 전에 이사회에서 평가를 하여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는지 검토한다. 여기서 하자가 나타나 교체해야 한다고 결정하면 이사회는 차기 총장을 선임하는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물론 여기서 교수나 학생이 총장 후보에 대해 인기투표를 하는 일은 금해야 한다. 세계 일류대학치고 교수 학생이 직접 선거로 개입하는 곳은 없다. 그리고 외부 인사가 총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어야 한다.

셋째, 법안 제32조에는 교과부 장관이 총장의 대학운영 성과를 매년 평가, 공표하게 되어 있다. 이는 독소 조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 평가는 장관이 하지 않더라도 이미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한다. 서울대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장관의 단기 평가가 아니라 세계적인 평가다. 예산도 항목별로 주면서 따지지 말고 총합으로 주어 총장이 최적의 장소에 쓰게 해야 한다.

웅비하는 서울대 만들 지혜 모아야

제안된 법안대로 된다면 법인화 취지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를 잘 알지도 못하는 평균 수명 2년 이내의 장관에게 대학의 운명을 맡기는 일은 국가적으로 너무 위험하다. 대학 운영도 전문분야다. 뽑을 때 신중을 기하고 일단 뽑았으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나는 서울대와 직접 관계가 없고, 오히려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이다. 국회의원 교과부 서울대 관계자에게 엎드려 빈다. 오늘 나의 위치는 순간이고 서울대는 민족과 함께 영원하여야 한다. 오직 어떻게 하면 서울대에 날개를 달아주어 세계로 나가게 할지를 생각하며 법안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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