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코카콜라 ‘가격 책정 실패담’이 주는 교훈

동아일보 입력 2010-07-10 03:00수정 2010-07-1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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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자판기에 온도감지 센서 달아
기온 올라가면 콜라값 올려 받을 계획
소식 접한 소비자들 “갈취나 다름 없어”

만약 추운 날씨엔 싸게 판다고 했다면…
십중팔구 더 많은 매출 올렸을 것
요즘처럼 더운 날씨엔 청량음료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다. 코카콜라는 1999년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자동판매기에 온도감지센서를 달아 기온이 올라가면 콜라 값을 평소보다 더 올려 받겠다는 계획이었다. 제품 가격을 수요 공급의 법칙에 맞게 실시간으로 달리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가격차별 정책을 펴겠다는 계획이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똑똑한’ 자판기에 대해 소비자들은 격렬히 저항했다. “소비자들을 착취(exploitation)하는 처사다” “갈취(gouging)와 다름없다” 등 원색적 비난이 난무했다. 결국 코카콜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일 뿐 여름철 추가 요금을 부과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소비자들의 이 같은 비난은 이율배반적 측면이 있다. 동네 편의점에서 500원에 살 수 있는 콜라를 고급 레스토랑에서 5000원에 팔아도 비난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여름철 해변가에 설치한 자판기와 회사 구내 자판기의 콜라 값이 달라도 모두 수긍한다. 우리 주변엔 이미 가격차별화가 일상화돼 있다. 그런데도 왜 소비자들은 코카콜라의 아이디어에 분노했을까.

소비자들의 이런 반응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가격 공정성 인식(price fairness perception)’이라는 게 있다. 사람들은 어떤 가격이 높은지 낮은지를 평가할 때 과거 경험이나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 즉, 어떤 제품(혹은 대체재)을 어느 정도 가격에 구입했는지 생각해보고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기대 가격(준거 가격·reference price)을 정한 후 이에 비추어 적절성 여부를 판단한다. 제시된 가격이 준거 가격과 차이를 보일 때 소비자들은 공정치 않다고 인식하고 때로는 불쾌감과 배신감, 분노 등 부정적 반응을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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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소비자들이 가격차별을 언제나 용납하지 않는 건 아니다. 기업, 특히 원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회사가 원재료가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올릴 때에는 공정하다고 판단한다. 반면 (코카콜라처럼) 기업이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차별적 가격을 내세운다면 불공정하다고 본다. 또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들이 가격 책정 과정에 참여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하면 공정하다고 여긴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똑같은 제품의 가격이 천차만별이어도 소비자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흔히 투입 비용과 목표 이익 등 계량적 수치만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곤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부당한 가격이란 인식을 주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인지하는 제품 가치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가격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만약 코카콜라가 더운 날씨에 콜라 값을 올려 받는 게 아니라 추운 날씨에 싸게 판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불공정성(advantaged inequality)’에 대해선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십중팔구 ‘멍청한’ 자판기에 큰 호응을 보였을 게 분명하다. 코카콜라는 겨울철 콜라 소비량을 늘림으로써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매출을 올렸을지 모른다. 코카콜라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마케터들은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1호(2010년 7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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