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 언어영역/소설, 대화를 제대로 읽어야 사건전개-인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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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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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피하기11


《소설을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인물, 사건, 배경의 3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이때 특히 눈여겨봐야 할 요소는 인물 간의 대화다. 대화를 통해 주제가 전달되거나 인물의 성격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대화는 사건의 전개과정이나 갈등을 전달하기도 하므로 이를 잘못 파악하면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 강사
소설 작품에서 대화는 사건 전개와 인물의 성격을 제시한다. 이를 정확히 파악해야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다. 특히 대화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글 전체의 분위기를 함께 고려해야 인물이 놓인 상황을 올바르게 추측할 수 있다. 다음의 지문을 읽어보자.


이 작품은 문학계간지 ‘창작과 비평’ 1978년 겨울호에 게재된 단편 소설이다. ‘EBS 인터넷 수능 소설문학’과 18종 문학 교과서에 공통으로 실려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자신이 성장한 전남 일대의 농촌을 주목한다. 전통적인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량하지만 무지한 민중들이 어떻게 희생되는지를 끈질기게 묘사한 것. 그는 ‘칠복’으로 대표되는 농촌 빈민의 삶을 통해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던 우리 농민의 한(恨)을 구체화하고 있다. 장성(長城) 방울재라는 수몰지구(물에 잠기는 지역)에서 거대한 댐 건설로 인해 실향민들이 겪는 고향 상실의 아픔, 또다시 고향을 찾으려는 그들의 몸부림을 그려냈다. 출제된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44. [A]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① 마을 사람들은 칠복이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② 강촌 영감은 칠복이가 빨리 떠나기를 재촉하고 있다.

③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④ 강촌 영감은 인정에 이끌리면서도 현실을 따르고 있다.

⑤ 마을 사람들은 침묵으로 강촌 영감의 말에 동조하고 있다.

풀이를 해보자. 마을 사람들은 칠복이 자신들의 생계를 방해하는 존재라고 여겨 그가 마을을 떠나도록 재촉한다. 따라서 칠복이가 다른 사람들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 희생양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정답은 ①번이다. 나머지 보기들을 살펴보자. ②, ④ 강촌 영감은 칠복이에게 “지금 떠나도록 히여”, “낼 아침 떠나라 허고 싶네만, 정은 단칼에 자르는 거이 좋은겨”라고 말한다. 인정에 이끌리면서도 현실을 고려해 칠복이가 빨리 떠나도록 재촉하고 있다. ③ 침울하게 가라앉은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그들이 자신들의 결정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⑤ 강촌 영감의 말에 나머지 마을 사람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강촌 영감과 칠복이의 뒤를 따른다.

이 문항의 정답률은 46.69%였다. ③번은 반응률이 30.43%에 달한 매력적인 오답이었다. ④번 역시 반응률 12.29%로, 정답으로 오인한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떨구면서’ 나갔다는 대목, 또 지문 마지막 부분에 ‘사람들의 가슴이 마치 총을 맞은 것만큼이나 섬찟섬찟했다(→표준어는 섬뜩섬뜩했다)’는 대목을 보자. 사람들이 마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③은 사실에 부합한다. 학생들이 이 점을 간과해 정답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에서 제시된 [A]는 소설의 주제를 도출하기 위해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마을 사람들이 칠복이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는 곧 주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징소리’의 의미는 주제와 관계되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한 문제를 더 보자.

43. <보기>의 ㉠∼㉤ 중, 서사 전개상 기능이 위 글의 ‘칠복이’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정답은 ③번. 정답률은 약 50%였다. 고향을 떠난 지 삼 년 만에 미쳐서 돌아온 칠복이는 밀려드는 낚시꾼들을 쫓아내는 등의 행동을 한다. 현실에 안주하며 사는 마을 사람들의 삶에 위협적인 존재인 것이다.

<보기>는 아기장수 설화로, 평민 중에서 장사로 태어난 ‘청년’은 반역을 해 마음 사람들에게 화를 당하게 할 수도 있는 위협적인 존재다. 따라서 이 글의 ‘칠복이’와 <보기>의 청년은 서사 전개상 기능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문항의 채점 결과 주목할 만한 점은 상위 집단의 변별도가 낮았다는 점이다. 상위집단은 오히려 ⑤번을 많이 선택했다. 칠복이를 ‘청년’(③)으로 보고 그 답지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직관에 가까운데도 말이다.

여기에는 ‘찍기’의 논리가 개입돼 있을 수 있다. 지문을 꼼꼼히 독해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학습된 문제풀이 패턴에 의해 정답을 고를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잘 모르거나 불확실한 요소가 있는 경우 마지막 항목을 선택한다’나 ‘그럴듯한 단어가 쓰인 항목을 선택한다’ 같은 찍기 논리에 따라 정답을 고르는 식이다. 특히 성적은 높지만 독해 능력은 다소 약한 학생들이 이런 식으로 답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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