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월드컵… 문어가 펠레보다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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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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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점쟁이 문어’ 독일팀 6경기 승패 모두 맞혀히딩크 “네덜란드-스페인 결승행” 정확히 예측펠레는 “브라질-아르헨-독일 중 우승” 망신살

지구촌 최대의 축구 축제가 종착역을 눈앞에 둔 가운데 그라운드 밖에서는 훈수꾼들의 열띤 예측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해설자, 도박사, 점술가들로도 모자라 독일에선 수족관의 문어까지 동참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비견되는 예언 월드컵.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본선 출전 32개국 성적표만큼 흥미진진한 예언자들의 성적을 살펴보자.

○ A학점-히딩크, 문어 ‘파울’

이변과 반전이 속출한 남아공 월드컵에서 신기(神氣)를 보여준 예언자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터키 감독이다. 그는 4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네덜란드-벨기에 월드컵 공동 유치 기자회견에 참석해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결승행을 예측했다. 준결승에서 7일 네덜란드가 우루과이를 꺾은 데 이어 8일 스페인이 독일을 물리치자 누리꾼들은 히딩크의 선견지명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독일 오버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 수족관에 있는 점쟁이 문어 ‘파울’도 최고의 예언자로 떠올랐다. 파울은 국기가 새겨진 유리상자 안의 홍합을 먹는 방식으로 경기 결과를 예측해 독일의 6경기 승패를 정확히 맞혔다. 독일이 스페인에 패하자 파울은 실망한 독일 팬들로부터 “상어 수족관에 넣어야 할 문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한국 팬들이 파울의 예언대로 스포츠토토 프로토 승부식에 투자했다면 33배(수익률 3300%)를 벌 수 있었다.

○ B학점-메시, 한준희

짧지만 강렬한 예측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 예언자들이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는 8강 탈락 후 “스페인이 독일에 복수해 줄 것”이라며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누리꾼한테서 ‘접신(接神)’의 칭호를 얻었다. 수비수 이정수의 그리스전 첫 골을 예상했고, 프랑스의 조별리그 탈락을 맞혔다. 하지만 그는 16강전을 앞두고 브라질의 우승을 예상해 신기를 이어가진 못했다.

○ C학점-캐스트롤풋볼닷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예측했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은 집단도 있다. 축구 전문 사이트 캐스트롤풋볼닷컴(www.castrolfootball.com)은 월드컵 개막 전 한국의 16강 확률을 28.2%로 예측해 붉은 악마의 원성을 샀다. 4강 후보(브라질〉스페인〉네덜란드〉잉글랜드) 중 두 팀은 맞혔지만 잉글랜드가 8강에도 오르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4강전에서 독일의 패배를 예상했다.

○ F학점-펠레, 베켄바워

여느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낙제점을 면하지 못한 예언가는 ‘축구 황제’ 펠레다. “브라질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아프리카 팀과의 결승전을 보고 싶다”던 그의 예언은 저주가 됐다. 16강전을 앞두고 우승 후보로 지목한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은 쓴잔을 마셨다. 독일의 축구 영웅 프란츠 베켄바워는 “아프리카 팀이 4강에 오를 것”이라며 펠레의 예언을 거들다 망신살이 뻗쳤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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