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김마스타] 또 하나의 작은 월드컵, 인디밴드들의 뜨거운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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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7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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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the Reds, Go Devils’ 옴니버스 음반에 참여한 음악가들
‘Be the Reds, Go Devils’ 옴니버스 음반에 참여한 음악가들

●'Be the Reds, Go Devils' 옴니버스 음반 제작한 홍대인디씬
●누군가가 뿌린 씨가 근사한 열매로 돌아오는 희열

언제부터인지 '월드컵송'이라는 음악장르가 붉은 악마티셔츠와 함께 탄생했다.

그 덕에 자의든 타의든 4년에 한번씩은 신나는 축구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음반기획자들에게는 부가됐다. 이유야 어찌됐건, 음악시장 전체가 몰입하기에 좋은 완전히 새로운 놀이터가 만들어진 셈이다.

물론 시장의 기대란 이유도 한몫한다. 2002 한일월드컵 때 얼결에 선두에 나섰던 몇몇 음악인들이 그 뒤로도 스타가 됐다는 사실. 8년이 지난 지금도 '오! 필승 코리아'는 전 국민의 애창곡으로 사랑받고 있지 아니한가?

남아공월드컵이 열리기 두어 달 전 한통의 다급한 전화가 인디밴드 주변에 나돌기 시작했다.

"우리도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전화의 주인공은 밴드 '리얼리스트(Realist)' 리더이자 보컬인 김희성이었다. 부산 출신 음악가인 그는 주변의 인디음악인들에게 거침없이 전화를 돌려댔고, 그의 부추김에 혹한 적지 않은 음악인들이 그의 제안을 덜컥 수용하고 만다.

밴드 리얼리스트(Realist)의 리더이자 보컬인 김희성
밴드 리얼리스트(Realist)의 리더이자 보컬인 김희성


■밴드 리얼리스트(Realist)의 리더 김희성의 꼬드김

"인디밴드도 '대~한민국!"을 캐치프레이드로 내걸고 무려 8개 팀이 뭉쳐 음반제작은 물론 응원콘서트에 돌입하게 된다. 물론 준비 시간은 5월 단 한 달이라는 살인적인 스케줄.

김희성의 제안을 받은 인디밴드(시베리안 허스키, 코발트블루, 김마스타, 맨, 챕터8, 리얼리스트, 글리, 얼스 등) 총 8개 팀이 속속 일산 작업실로 모여들었다. 이번 앨범의 주제이자 타이틀곡인 'Be the Reds, Go Devils'는 이들 밴드들의 연주와 노래로 스튜디오를 가득 매우며 한바탕 신나는 목청이 이어졌다.

하루에 불과 두세 시간 정도 칼잠을 자며 총 프로듀서 역할을 수행한 김희성은 한 달 만인 6월초 아주 깔끔한 옴니버스 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음반을 만드는 와중에 무려 4번의 응원공연까지 섭외했다는 점이다.

8개의 앨범 참여팀과 더불어 홍대클럽을 중심으로 1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인디밴드들이 뭉쳐 2010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하는 페스티벌을 펼친 것. 6월11일에는 '사운드 홀릭'에서, 12일과 18일에는 압구정 '예홀'과 홍대 '쌤'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 및 월드컵 승리기원 응원공연을 가졌다.

분위기는 뜨거웠고, 밴드들 역시 팬들의 열정에 감동을 받기에 충분한 무대였다.

*Be the Reds, Go Devils
승리를 위하여
승리를 위하여 We are the Champion!

Be the Reds, Go Devils 더 높이 울려라 한국
Be the Reds, Go Devils 세계가 놀라는 그 날
힘을 내라 다시 한 번 모두가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열두 번째 전사의 심장소리 크게 울려

손을 높이 들고 일어나
태극의 전사들이 나간다~올레!
태극기 넓게 펴고 소리쳐
그 누가 뭐라해도 승리는~한국!


단 한사람의 생각으로 세상의 흐름이 바뀌는 경우는 많다. 단적인 예로 자동차 창고에서 창업한 실리콘밸리의 상징인 '애플'이 그렇고 우리의 삼성 현대 대우같은 대기업들도 모두 창업주 한사람의 비전에서 시작하지 않았던가?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던가. 하지만 단 한 사람의 음악가가 다른 음악가들을 모아서 무언가를 꾸려나간다는 것은 혼자 움직이는 단독행동에 비해 수십 배의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흔한 표현으로 '내가 그걸 왜?'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옴니버스 앨범기획의 첫 공연 중인 필자 김마스타
옴니버스 앨범기획의 첫 공연 중인 필자 김마스타

■ TV와 라디오를 점령한 40여 개의 월드컵 송

참여팀 가운데 필자(김마스타)는 '얼스(earls)'란 팀 다음의 고참 음악가로 서열이 정해졌다.

필자 역시도 큰 욕심 없이 참여한 이벤트였다. 수많은 가수들이 월드컵을 활용해 하루에 서너 개 이상의 스케줄을 소화할 터인데, 그저 지켜만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리도 무언가를 해봐야 한다는 단순발상에서 나온 일종의 오기였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승리 여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앨범이 상업적으로 소위 '대박'이 날 가능성은 더 중요치 않다(물론 희박하다). 굵직한 대기업 스폰서도 하나 없이 주최자 소유의 작은 일산녹음실에서 일궈낸 이 응원의 붉은 물결은 한땀한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월드컵 기간을 전후로 무려 40여곡의 월드컵 응원가들이 메이저와 마이너시장에서 발표됐지만 TV광고를 타거나 대형응원행사에서 선보이지 않는 한, 누구도 쉽게 접할 수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은 다시 우리들에게 하나의 자극제가 된다. 그 발단은 흩어져 있던 선후배 동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그 한통의 전화일 것이다.

그 결과 인디밴드들의 월드컵 응원 옴니버스앨범 'Be the Reds, Go Devils'은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고, 그들은 네 번의 응원 공연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한 귀퉁이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문득 윤오영의 1977년 에세이 '방망이 깎던 노인'이 떠올랐다. 묵묵히 갈길 가는 음악청춘들이 여러분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라도 알아주셨으면 한다.

김마스타 / 가수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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