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 업계 대부 정덕진씨 출금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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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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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 빌딩 뺏으려 위증교사”고소당해

고소인 李씨, 50억 빌린뒤 상가 2채 양도한게 불씨
‘차액 반환’ 놓고 소송-맞고소

첫 법정싸움서 패배한 李씨
“정씨, 증인들 사주” 또 고소

한때 슬롯머신업계의 대부로 불렸던 정덕진 씨(69·사진)가 건설업자와의 분쟁에 휘말려 최근 출국금지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지석배)는 지난해 11월 건설업자 이모 씨(58)가 정 씨를 위증교사 혐의로 고소함에 따라 정 씨를 출국금지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 씨의 자택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슬롯머신 비리’ 사건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홍준표 검사(현 한나라당 국회의원)가 구속했던 정 씨가 다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은 이 씨와의 자금 거래에서 빚어진 갈등 때문. 정 씨는 2006년 H건설을 운영하던 이 씨가 쇼핑몰과 상가 등을 분양하면서 자금이 부족하자 이 씨에게 50억 원을 빌려줬다.

이 씨 측에 따르면 2006년 12월 정 씨는 돈 대신 분양 중이던 상가를 달라고 요구했고, 이 씨는 “상가 건물 두 채를 분양하고 차액을 정산한다”는 내용의 ‘이행합의서’를 작성한 뒤 상가건물 두 채를 양도했다. 상가가 400억 원대의 가치가 나간 만큼 차액을 돌려받기로 했다는 것. 그러나 이후 분양이 진행됐는데도 정산이 이뤄지지 않자 이 씨는 2008년 7월경 정산금 청구소송을 내는 한편 정 씨의 재산 100억 원 상당을 가압류했다.

반면 정 씨는 이행합의서를 쓴 것은 맞지만 합의서의 조건을 이 씨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효력이 없고, 오히려 이 씨가 대전의 한 빌딩에 자신에 대한 채무 담보로 설정했던 25억 원의 근저당권을 임의로 해제했다고 맞서고 있다. 상가도 이 씨가 일부를 개인적으로 분양해 채권자인 자신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 정 씨는 이 씨의 소송 제기에 맞서 이 씨를 배임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첫 법적 분쟁 때는 2008년 12월 이 씨가 구속되고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유죄 선고를 받는 등 정 씨가 승리했다. 궁지에 몰린 이 씨는 소송을 취하하고 가압류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정 씨와 합의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 씨는 구치소에서 석방되자 지난해 11월 정 씨를 위증교사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수사와 재판 당시 정 씨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관련자들이 정 씨의 사주로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것. 실제로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일부 관련자들은 “수십억 원의 사업 준비금을 챙겨준다는 말에 (정 씨가) 시키는 대로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로의 주장이 전혀 다른 데다 사건이 복잡해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기초 조사가 끝나면 정 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임을 밝혔다.

정 씨는 한때 전국에 호텔 5곳과 슬롯머신 업소 9곳을 운영해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로 불렸다. 1993년 슬롯머신 비리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박철언 의원이 정 씨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정 씨는 1998년 필리핀 카지노에서 상습도박을 벌인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1년 6개월간 복역하고 출소한 정 씨는 2001년 이민을 가겠다고 밝힌 적도 있으나 2003년 또다시 필리핀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됐다. 그의 동생 정덕일 씨는 지금도 제주 신라호텔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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